2억원 이상의 국세를 길게는 10년까지 내지 않고 버티다가 세금부과 시효(5~10년)가 만료돼 명단 공개 및 출국금지 조처에서 해제된 악성 체납자(법인 포함)가 최근 4년간 3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2022년 세금부과 시효만료로 명단공개 대상에서 해제된 고액·상습 세금 체납자는 2만9358명이다. 이 중 출국금지 조처까지 내려졌다가 해제된 체납자는 2658명이다.
국세청은 2억원 이상 국세를 1년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 체납자의 성명과 주소, 체납액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이들 중에 체납 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있으면 법무부 장관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국세 악성체납에 따른 출국금지자는 총 4314명이다.
지난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서 삭제된 납세자는 총 8618명이다. 구체적으로 소멸시효 경과자가 7647명(88.7%)이며 일부를 납부해 명단공개 대상 체납액(2억원)에 미달한 체납자 468명(5.4%), 사망자 416명(4.8%), 기타(결정취소 등) 87명(1.0%)이다.
현행법상 최장 10년(5억원 미만은 5년)인 소멸시효가 지나면 과세 당국의 징세 권한이 사라지고, 명단공개와 출국금지 조처도 자동 해제된다.
양 의원은 “고액 체납자들이 소멸시효를 이용해 세금 납부 의무를 면제받고 명단공개와 출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고액 체납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조사와 징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 세목 중에서 관세 체납만 보면, 지난해 고액·상습 관세체납자의 83.5%가 3년 이상 연속으로 악성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관세 고액‧상습체납자로 이름이 공개된 249명 중에 83.6%가 3년 이상 연속 공개된 장기 체납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관세 체납액은 총 2조953억원(체납자 2455명)으로, 이 가운데 1조7억원은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249명)의 것이다. 이들의 체납규모는 최근 5년(2018~22년) 사이 3.2배 증가해 이 기간의 관세 체납액 증가 규모(1.8배)에 견줘 훨씬 컸다. 지난 한해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징수액은 1억9천만원(징수율 0.02%)에 그쳤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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