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5일 평양 대성백화점 4층 ‘즉석료리’ 코너에서 시민들이 식사하고 있다. 조선·아시아·유럽요리 코너에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사진 진천규 <통일TV> 대표
지난 6년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25% 줄었다는 추정이 제시됐다. 북한경제에 달러 유통거래의 확산 혹은 감소, 즉 ‘달러라이제이션’과 ‘역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북한경제 리뷰’를 보면, 김병연(서울대)·양문수(북한대학원대)·장형수(한양대) 교수 등 북한경제 연구자 3명은 최근 ‘팬데믹을 전후한 북한경제의 변화와 전망’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데이터 기반으로 팬데믹 전후(2017~2022년) 북한경제 상황을 평가해 보면, 지난 6년 동안 북한 국내총생산은 약 25% 줄어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 기간 동안 북한 국내총생산이 약 13%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한은은 주로 공식부문의 변화율을 대상으로 하고 시장은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장부문이 추가되면 대략 25% 감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팬데믹과 대북 경제제재 지속에 따른 북한의 시장활동 위축이 북한 국내총생산을 12%가량 감소시켰다는 얘기다.
장 교수도 “북한경제는 2015~16년까지 호황기를 지속하다가 2017년 대북제재가 본격화면서 2019년까지 수출이 급감했으나 반면에 수입은 기존 자금을 활용해 계속 유지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국경 봉쇄로 수입을 대폭 줄이고 경제 하강이 본격 시작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인 터라 제재 본격화 직전(2016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하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수준까지는 회복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미약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조차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2020~22년 팬데믹을 전후해 북한경제에서 관찰된 여러 변화 중 외화 관련 달러라이제이션(경제활동에서 자유로운 외화 통용 증가) 및 역달러라이제이션(외화 통용 감소) 현상도 주목된다. 북한은 2017년 이래 잦은 불법 사이버 해킹을 통해 외화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교수는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처음 살때는 반드시 북한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 구입하고 국내 통화료도 달러로 내도록 하는 등 북한 당국이 ‘외화 흡수’ 정책을 펴왔다”며 “대북 제재로 수출·수입이 감소하고 관광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데다 팬데믹 여파까지 겹쳐 외화 통용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불법 해킹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외화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달러라이제이션은 자국통화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 외국통화를 선호하는 현상인데, 북한에서 경제난 이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자산 보유 목적이든 일상 통화거래 목적이든 달러화·위안화를 선호하면서 달러라이제이션이 발생하고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외화 유입과 외화 거래가 대폭 감소해 부분적으로 역달러라이제이션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며 “통화주권의 문제도 있는 터라 북한 당국으로서는 달러라이제이션 해소 및 역달러라이제이션 추구를 목표로 세우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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