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부터 최대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이 기간 배달된 택배라면 집 앞에 오래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지난 2021년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은 택배 운송장을 통해 스토킹 대상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아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이 적혀있는 채로 공용공간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은 택배 운송장,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택배 운송장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고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추석 직전인 지난 25일 씨제이(CJ)대한통운, 쿠팡로지스틱스,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한국통합물류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 택배사 및 협회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택배 포장재나 상자에 부착된 운송장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우선 택배사들은 이름의 가운데 글자와 전화번호 맨 뒤의 네자리를 가리는 방식으로 개인정보의 비식별 처리를 통일하기로 했다. 어떤 운송장은 전화번호 앞 자리를 가리고 다른 운송장은 뒷 자리를 가려 두 택배의 정보를 합치면 온전한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참사’를 막기 위함이다. 또 개인정보위는 택배사들과 쇼핑몰들을 대상으로 비식별 처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용자들을 위한 단계별 택배 운송장 개인정보 보호 수칙도 함께 알렸다. 우선 택배 주문을 할 때는 꼭 입력해야 하는 필수정보만 입력하고, 가상 전화번호나, 임시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제공하는 쇼핑몰과 택배사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소중히 해 안심번호 등의 정책을 적극 펼치는 쇼핑몰·택배사를 이용하는 것은 기업에도 정보보호에 투자하도록 하는 자극이 될 수 있다.
택배 발송 문자를 받았을 때는 택배사의 인증된 공식번호로 보낸 안심링크만 클릭해야 스미싱(문자메시지로 사기를 쳐서 개인정보를 가로채는 수법)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주문한 적이 없는 물건에 대한 배송 안내 문자를 받으면 스미싱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연결 링크를 누르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조심하더라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보안이 허술하다면 유출 피해를 막기 어렵다. 자신의 택배는 가급적이면 직접 수령하도록 한다. 택배가 공개된 장소에 오래 방치될 경우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이 있으므로 택배가 오는 즉시 수령하도록 해야 한다.
택배를 수령한 후에는 택배상자의 운송장을 즉각 폐기하는 것이 좋다. 이름이나 주소, 전화번호 부분만 대충 떼내지 말고 운송장 바코드를 통해서도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바코드까지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동봉된 주문내역서까지 완벽하게 파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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