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말부터 환자가 병원 진료·치료 후에 서류를 따로 구비·제출하지 않고도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병원 등 요양기관은 가입자(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요청에 따라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방식으로 전송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1년 이후부터 시행된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 약국 등에 대해서는 2년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그동안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하려면 가입자가 해당 요양기관을 방문해 진료 영수증, 세부내역서, 진단서 등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팩스나 온라인 등으로 보험사에 전송해야 제출이 완료됐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미 14년 전인 2009년에 국민권익위가 절차 개선을 권고하고 이후 관련 법안 발의도 계속됐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번번이 입법이 무산돼 왔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사이의 찬반 대립도 영향을 미쳤다. 개정안에는 보험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과정에서 얻은 정보·자료를 업무 외에 용도로 사용·보관하거나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하며, 이를 위반할 때는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법안 통과에 “복잡한 병원비 청구 절차로 어려움을 겪던 노년층 및 취약계층은 편리하게 병원 진료 후 실손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어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4천만 가입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적 편익을 현실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민생법안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대승적 결단을 환영한다”며 “전산화 제도가 하루빨리 안전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실손 청구 전산화를 위한 하위법령 개정과 함께 의료·보험 공동위원회 구성, 관련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료계 단체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서류 전송 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는 이 법안이 민간 보험사에만 이익을 가져다주며, 보험사가 집적된 의료정보를 활용해 가입자의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반대해 왔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