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DL이앤씨·SK에코플랜트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건설사 디엘(DL)이앤씨와 에스케이(SK)에코플랜트의 튀르키예 현수교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갑질 분쟁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 국외에서 현지 조인트 벤처와 맺은 계약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드문 사례여서 향후 공정위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이 두 건설회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한 관수이앤씨에게 공정위가 보낸 공문을 보면, 공정위는 “(신고인의) 민원내용에 대해 신고사건으로 접수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심사 착수보고가 된 단계로, 정식 사건번호가 부여됐다.
이 사건은 튀르키예 다르다넬스해협을 횡단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대교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건설 주체는 에스케이에코플랜트와 디엘이앤씨가 각각 튀르키예 현지에 설립한 법인 및 튀르키예 건설사 두 곳 등 총 4개사가 지분을 25%씩 나눠 가진 조인트 벤처다. 관수이앤씨는 이 조인트 벤처와 계약을 맺고 현수교 케이블시스템 설치 공사 관련 부대공사 공사를 진행했다.
분쟁은 공사일정이 예상보다 미뤄지면서 촉발됐다. 2019년 6월에 시작해 2021년 11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던 공사는 2022년 10월에야 끝났는데, 추가로 투입된 공사비를 두고 양쪽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해 이 사건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됐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절차도 진행됐으나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관수이앤씨가 지난 8월께 에스케이, 디엘과 두 회사가 세운 튀르키예법인 등 총 4개사를 신고했고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정위는 두 건설사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저질렀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관건은 이번 사건이 공정거래법상 ‘역외 적용’ 대상인지 여부다. 관수이앤씨가 직접 계약을 맺은 상대방이 튀르키예 조인트 벤처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국외에서 벌어진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 통상 역외 적용은 담합 사건에 적용한다. 국내에 수입되는 물품을 공급하는 해외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하면 공정위가 제재할 수 있다. 옛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역외 적용을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활용하는 건 극히 드물다”며 “공정위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는 법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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