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인천 야적장에 알루미늄이 야적돼있다. 조달청
조달청이 10년 이상 보관중인 알루미늄·구리 등 비철금속 비축물자가 4만3천여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비축한 물량을 꺼내기 쉽다는 등의 이유로 ‘선입선출’을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비철금속의 품질 저하와 상품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2일 강준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조달청의 비축물자 가운데 10년 이상 보관 중인 비철금속이 4만2969톤(2023년 7월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루미늄 2만5725톤, 구리 1만2273톤, 납 4156톤, 니켈 815톤이다.
비축물자는 장·단기 물자수급 원활과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구매해 비축·공급하는 물자를 말한다. 주요 산업에 쓰이는 비철금속은 아연, 주석을 포함한 6종을 비축해야 한다. 6종 비철금속 재고는 총 23만9820톤으로, 10년 이상 보관된 재고가 전체의 17.9%에 이르는 셈이다.
수요가 적어서가 아니다. 선입선출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다. 조달청은 체계적인 재고순환 방안을 세우지 않았다. 최근 입고한 물자를 비축창고에서 꺼내기가 더 용이하거나 최근 입고 물자를 더 선호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오래 보관된 재고가 남아있는데도 그해 들어온 물량을 먼저 내보냈다.
예컨대 2020년 납 이월재고가 1만2487톤 남아있는데도 그해 입고한 납 1911톤 가운데 178톤을 먼저 방출했다. 감사원은 “조달청은 비철금속의 장기 보관으로 인해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데도 체계적인 재고순환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품질 저하로 교환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조달청은 2013년 8월 들여온 알루미늄 25톤을 2021년 9월 ㄱ주식회사에 판매했다. 하지만 장기 보관 탓에 알루미늄 외관이 산화, 변색되고 이물질이 묻어있다는 이유로 교환을 요청했다. 조달청은 2016년 1월 들여온 다른 알루미늄으로 교환해줬다.
비축 창고가 좁아 외부 야적장에 10년 이상 쌓아둔 비철금속도 2022년 말 기준 1만8250톤이나 된다. 내부 보관하는 비철금속보다 더 빠른 속도로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조달청은 “지난해 감사원 조사를 받은 뒤 선입선출 원칙을 세웠다”며 “장기 보관된 물량은 할인 행사 등을 통해 빠르게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준현 의원은 “마트에서 우유를 팔더라도 신선도를 위해 오래된 상품을 맨 앞에 두는 선입선출의 원칙을 따르는데 조달청은 세금으로 구입한 억단위의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선입선출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며 “조달청은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따라 국가재난과 경제위기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통한 위기 극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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