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17일 밝혔다. AA-는 피치의 신용등급 중 넷째로 높은 것으로, 한국은 2012년 9월부터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이날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과 역동적인 수출,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 다른 AA등급 국가들에 견줘 거버넌스 지표가 부진한 점,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신용 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한국의 경기 전망은 밝지 않았다. 우선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올해 1.0%, 내년 2.1%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전망치(1.2%·2.7%)에서 하향 조정한 9월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피치는 부채 비용 상승이 국내 소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고, 수출 회복세도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의) 수출이 올 3분기 저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 성장세가 가라앉을 것으로 보여 한국의 수출 회복도 완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치는 “반도체 사이클 초기 상승 전환에 힘입은 수출과 투자 부문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202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1%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피치는 이번 한국 신용등급 발표문에서 59조1천억원 규모의 세입결손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 폭 확대를 별도로 언급하기도 했다. 피치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부진과 부동산 양도소득세 감소 등으로 세입이 급감해 적자 폭이 올해 예산 목표치를 0.6%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가속화를 경계해 2024년 초까지는 정책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을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률이 9월엔 3.7%(지난해 같은 달 대비)로 다소 높았지만, 올해 말에는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이번에도 거론됐다. 피치는 “지디피 대비 가계부채가 지난해 2분기 105.2%에서 올해 2분기 101.7%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라며 “최근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기대감과 정부의 거시건전성(대출규제) 정책 완화 영향으로 최근 몇 달간 가계 부채와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이는 지디피 대비 가계부채를 다시 상승시키는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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