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총수를 위한 사익편취 행위를 저지른 회사를 고발할 때 이에 관여한 총수 일가를 함께 고발하는 지침 개정을 추진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재계 반발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반대로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 추진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인 터라 현 지침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판례에 근거한 사건 심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7일 재계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8일까지 행정예고한 공정거래법 고발 지침 개정안 중 일부를 수정·보완해 다시 마련하기로 했다. 개정안 핵심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행위로 사업자(법인)를 고발하는 경우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총수일가)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지침은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근거가 있어야만 총수일가를 고발하도록 정하고 있다.
개정안 행정 예고 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등 6개 경제단체는 “고발 사유가 추상적이고 불분명하며 상위법과도 어긋난다”며 전면 재검토를 건의했다. 공정위는 지난 6일 경제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재계 건의를 반영해 개정안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뜻을 처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기존 개정안 유지를 요구한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일감몰아주기 이익은 총수일가에 가는데 회사만 처벌하라는 주장이 납득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원안에서 후퇴없이 고발지침 개정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계 반대로) 지침 개정안을 완화하는 것과 무관하게, 그간 축적된 대법원 판례에 맞춰 향후 사익편취 관련 사건에 대한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안 취지를 반영한) 심결례가 쌓인 뒤 지침을 개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