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통신비 부담 완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월 3만원짜리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출시된다. 또 이르면 이달 말 최신 5세대 이동통신용 스마트폰(이하 단말기)으로 엘티이(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일반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낮추려는 목적에서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협의해 마련한 방안이다. ‘(통신사·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한 추진’이란 단서가 달린 탓에 소비자가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금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반응도 있다.
정부는 8일 관계부처 합동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이달 말부터 최신 5세대 이동통신용 단말기로도 엘티이 요금제에 새로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은 5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통신사에서 사는 경우, 5세대 통신망이 없는 지역에 살아도 비싼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만 써야 했다.
또 이동통신 3사와 협의해 내년 3월까지 월 3만원대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도 만들기로 했다. 현재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의 최저선은 4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30GB 이하 데이터 소량 이용 구간 요금제도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세분화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30만~80만원대 중저가 단말기 추가 출시를 유도하고, 2년마다 약정 갱신 신청을 하게 돼 있는 선택약정 제도도 1년마다 자동 갱신하는 쪽으로 손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두차례 요금제 개편을 했으나 여전히 5세대 요금제의 최저 구간 수준이 비싸고 30GB 이하 데이터 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 방안들은 모두 통신사·제조사와의 협의를 전제로 한다. 통신 요금제와 단말기 가격을 정부가 독자적으로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협의 과정에서 정부의 추진 방안이 뒤틀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예로 지난달 5일 엘지유플러스(LGU+)가 선보인 저가 요금제 ‘너겟’은 통신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출시됐으나 모바일 앱에서만 가입할 수 있고 요금을 미리 충전해야 하는 등의 제약 탓에 노인 등 저가 요금제를 주로 찾는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늦게 불거진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좀 더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3만원대 5세대 요금제 신설 등으로는 충분한 통신비 부담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실 대다수의 고가 요금제 가입자들은 데이터당 단가가 훨씬 싸다는 이유로 다 쓰지도 못하는 데이터를 구입하기 위해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단순히 저가 요금제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말고 5세대 요금제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고가 5세대 요금제 때문에 디지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엔 이동통신사들의 책임이 상당하다”며 “최근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까지 고려하면, 더욱 과감한 요금 인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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