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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국 단체 관광 허용 석 달 지났지만 ‘유커’ 효과 없었다

등록 2023-11-16 06:00수정 2023-11-16 08:03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9월 제주시내 한 면세점 앞에 개점 시간 이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200여m 이상 길게 줄을 서 있던 모습. 허호준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9월 제주시내 한 면세점 앞에 개점 시간 이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200여m 이상 길게 줄을 서 있던 모습. 허호준 기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하며 20년 가까이 일해온 50대 김아무개씨는 지난 8월 중국이 한국 단체여행을 허가했을 때 기대가 컸다고 한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끊긴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다시 이어져 상권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런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는 “관광버스를 타고 십수명이 몰려다니며 싹쓸이 쇼핑을 하고, 단체로 음식을 먹는 풍경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이화여대 일대는 주말인데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연인이나 가족 단위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화여대 교정에서 사진 찍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중국이 지난 8월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기대를 모은 ‘유커’(중국인 단체여행객)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인 여행객 유형이 기존 단체관광 위주에서 개별관광으로 바뀌었고,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5일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를 보면, 지난 8~9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2만3599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9779명)의 8.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데다,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2017년 3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은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보다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유커 특수에 이르지는 못한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외국인매출액은 1조8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27억원)보다 오히려 34.6% 감소했다.

과거 ‘큰 손’ 관광객인 유커 특수를 누렸던 관련 업계의 최근 실적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호텔신라는 올 3분기 면세 부문에서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같은 기간 엘지(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4%, 8.2% 감소했다.

반면, 기존 중국인 여행객의 주된 소비처가 아니었던 대형할인점이나 편의점 매출 비중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씨(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분석한 중국 유니온페이(은련카드)의 국내 소비 데이터를 보면, 2019년 중국인 카드 매출액의 63.1%를 차지했던 면세점 비중은 올해 절반 가까이인 35.9%로 쪼그라들었으나, 같은 기간 대형할인점 매출액 비중은 1.3%에서 3.8%로 2배 이상 늘었다. 과거 매출비중 상위 10개 업종에 들지 않았던 편의점 매출액 비중도 1.5%로 화장품 매출액(1.1%) 비중을 넘어섰다.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고가품을 쓸어 담던 과거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 업계에서는 중국인 여행객 형태가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싹쓸이 쇼핑에서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중장년층과 달리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중국 내 엠제트(MZ) 세대 여행객이 늘면서, 이런 흐름을 부채질하고 분석이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소셜 미디어나 여행 플랫폼 사용이 늘면서 국내외를 불문하고 정해진 경험보다는 자신이 경험을 선택할 수 있는 개별 여행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관련 업계가 케이(K) 콘텐츠와 연계된 여행 상품을 마련하는 등 관광상품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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