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의 ‘빚 탕감’ 문구 광고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세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178만명에 육박하고 대출 연체액은 1년 만에 2.5배 증가해 1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돌려막기 대출’로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 증가는 이들이 점차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신호이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지역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세곳 이상의 금융기관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1년 전과 비교해 5만4천명 증가한 177만8천명이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1년새 43조3천억이 늘어 743조9천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563만2천명(경제활동인구조사)이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와 금융기관 업무보고서를 활용해 자영업 부채 현황을 검검하고 있는데, 다중채무자 수와 대출 잔액 규모는 2020년 이후 해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으로, 역대 최대치(2021년 6월 4억1900만원)에 육박했고, 1년 전보다는 1200만원 늘었다.
올해 상반기 자영업 부채는 다중채무 규모 증가보다 연체 급증이 더욱 심각한 현상이다. 대출 원리금을 한달 이상 갚지 못한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이 6월말 기준 13조2천억원으로, 1년 전(5조2천억원)보다 153.8%나 증가했다. 대출 잔액 대비 연체율도 같은 기간 0.75%에서 1.78%로 급등했다. 연체액과 연체율 모두 역대 최대·최고 수준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은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비중이 커, 일단 연체가 시작되면 연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자영업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지금의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 규모가 급격하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비중을 64.5%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금리변동 위험을 분석해 보면, 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질 경우 전체 자영업 다중채무액의 이자는 연간 1조3천억원 더 늘어나고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약 73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및 1인당 평균 이자는 연간으로 각각 5조2천억원, 291만원씩 증가한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