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니커즈 언박스 서울’ 전시회에서 스니커즈 중 가장 고가의 전시품인 ‘2018년 블랙토 컬러웨이의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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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명품이었지만, 소비자 약관은 명품이 아니었다. 나이키·샤넬·에르메스가 제품의 재판매를 금지하거나 귀책 여부를 따지지 않고도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등 약관법을 어긴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샤넬·에르메스·나이키의 쇼핑몰 이용약관을 심사해 재판매 금지조항, 저작권 침해 조항, 사업자 면책조항 등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공식온라인몰을 오픈해 온라인 판매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한정판 제품을 구매한 뒤 웃돈을 얻어 파는 리셀(재판매)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재판매 금지 약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샤넬은 ‘구매 패턴 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될 경우’ 회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약관을 마련해놨다. 나이키도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으로 당사가 믿는 경우’에 주문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뒀다. 공정위는 나이키 한정판 신발의 재판매 가격이 정가의 10배에 가까운 점을 들어 나이키도 명품과 유사한 특징을 지녔다고 봤다.
공정위는 “구매자는 자신의 물건을 계속 보유할지 또는 중고거래 등을 통해 처분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을 구매한 뒤 제3자와의 거래를 무조건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매 목적으로 구매하는지를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점도 부당하다”고도 판단했다. 공정위 지적을 받은 이들 회사는 다수 계정을 생성하거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부정한 방법의 제품 구매를 금지하거나 사업적 판매 목적의 주문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으로 약관을 수정했다.
공정위는 저작권 침해 조항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나이키는 고객 상품평의 권리를 회사가 보유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샤넬은 회사가 상품평을 수정할 수 있다고 해뒀다. 사업자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일체의 책임을 배제한다는 조항(샤넬·에르메스·나이키)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고객의 권리를 제한 조항도 문제가 됐다. 나이키는 단체가 아닌 개인만 소액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중재를 통해서만 분쟁을 해결하도록 했다. 민사소송법에 의한 소송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 에르메스는 회사 본점 소재지의 관할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해뒀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유명브랜드 사업자들은 모두 불공정 약관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며 “이번 심사를 통해 유명브랜드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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