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일부 주력 산업의 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전체 기업 체감경기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회복의 기대감이 특정 산업의 대기업이 몰려있는 데다 물가 불안과 높은 금리 때문에 도소매업과 건설업 중심으로 내수 기반이 약화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산업의 11월 업황지수는 전달과 같은 70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2월(69) 다음으로 가장 낮고, 한은이 2003년 이후 산출한 월별 장기평균치(77)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다음달 업황 전망지수도 전달과 같은 수준(69)에 머물렀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경영 상황의 주요 항목에 대해 기업 관계자들에게 판단과 전망을 물어 산출하는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100 아래로 내려간다.
11월에는 업종과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체감경기의 차별화까지 나타났다. 제조업 업황지수는 70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1포인트 올랐으나 비제조업 업황지수는 2포인트 하락한 69로 집계됐다. 제조업의 기업규모와 형태별로는 대기업(75)과 수출기업(75)이 각각 2포인트, 6포인트씩 상승한 반면에 중소기업(64)은 전달과 같았고, 내수기업(68)은 1포인트 하락했다. 세부업종에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의 지수가 13포인트나 상승했고, 2차전지의 비중이 큰 전기장비도 8포인트 올라 돋보였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수출 가격 회복과 수요 증가의 기대감이 일부 주력 제조업에 반영됐고, 전기장비업에서는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 힘입어 채산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의 업황지수 하락은 도소매업과 건설업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도소매업은 수요 감소에다 내수의 지속적인 약화 우려 등으로 전달보다 지수가 5포인트 하락했고, 건설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여파로 3포인트 낮아졌다. 전기·가스·증기업도 연료비 가격 상승에다 온화한 날씨 탓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5포인트 떨어졌다.
한편, 기업경기실사지수에 소비자동향지수까지 더해 산출하는 1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91.2를 나타냈다. 이는 올해 들어 1월(90.1) 이후 최저치이다. 경제심리지수는 20년 장기평균치를 100으로 해 기준으로 삼는데, 이를 밑돌면 기업과 가계 등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가 나빠진 것으로 해석한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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