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그룹이 이번주 단행할 정기 인사에서 그룹 최고경영진을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룹 총괄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에스케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는 7일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조대식 수펙스 의장, 장동현 에스케이㈜ 부회장, 김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에스케이하이닉스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이 엄중한 만큼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세대교체로 조직 쇄신을 꾀하려는 취지로 안다”라고 말했다.
조대식 수펙스 의장 후임으로는 최창원 부회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최 부회장은 고 최종건 에스케이(옛 선경)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최종건 창업주 사망 이후 동생 최종현 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았다가 장남 최태원 회장이 경영을 넘겨받았다. 최종건 창업주의 자녀들인 최신원·최창원 부회장은 각각 에스케이네트웍스, 에스케이디스커버리를 사실상 분할해 경영해 왔다.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에 오르는 것은 에스케이그룹의 ‘형제 경영’ 전통이 ‘사촌 경영’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뜻한다. 최 부회장은 64년생으로 최 회장보다 4살 아래다. 최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생각이 진중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서울대 심리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선경그룹에 입사했다. 에스케이케미칼·에스케이건설 등 임원을 거쳐 현재 에스케이케미칼·에스케이가스·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거느린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지주사인 에스케이㈜의 최대 주주(지분율 17.6%)이고, 최 부회장은 중간 지주사인 에스케이디스커버리의 최대 주주(40.2%)다.
다른 핵심 경영진들도 교체 대상이다. 현 최고경영진은 2016년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 올라 7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과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리더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중용됐던 부회장단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을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며 그룹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기여했으나, 최근 복합 위기 속에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가중은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최고경영진이 물러나는 자리는 장용호(59) 에스케이실트론 사장, 박상규(59) 에스케이엔무브 사장 등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60대 부회장단 체제를 뒤로하고 50대 사장단 체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에스케이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던 ‘서든 데스’ 위험을 재차 언급했다. 재계에서는 에스케이그룹 전반에 실적 부진의 책임과 함께 조직 쇄신형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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