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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상생경영의힘] 중소기업 기술력이 대기업 경쟁력이다

등록 2006-03-29 17:57수정 2006-03-29 18:03

현장 부품의 정교한 손끝…완성품 품질향상으로 이어져
삼성, 협력업체 직무교육…현대차, 게스트 엔지니어제…엘지, 협력사에 직원 파견

대구 달서공단에서 자동부품을 생산하는 평화발레오는 지난해 3월 서울모터쇼에 ‘듀얼매스플라이휠(DMF)’이라는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자동차 파워트레인의 정숙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핵심기술로, 회사 매출을 6%(75억원) 가량 높여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기술개발은 이 회사가 아니라 현대·기아차에서 이뤄졌다. 현대·기아차 사내벤처팀이 3년여에 걸쳐 개발해 평화발레오 기술진들에게 전수한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완성차의 품질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작업은 부품기술의 향상에서 시작된다. 부품 하나하나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조립 완성차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자동차산업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자, 정보통신기기, 조선, 기계, 철강 등 우리 경제의 주력 업종들은 모두 부품·소재 품질에 경쟁력의 뿌리를 두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국내 주력 업종들은 위기다.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과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산업자원부 이관섭 산업기술과장은 “국내 산업구조를 보면 주조나 금형 같은 생산기반기술 분야 기업의 96%가 중소기업인데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이들의 혁신역량 및 연구개발 투자가 너무 취약하다”면서 “중소기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력 업종에서 대-중소기업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같은 업종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을 이끌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스스로 필수과제로 인정하고 실천에 나서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납품업체들을 단지 하청 생산기업으로만 여겨 지원활동도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납품업체 경쟁력이 곧 대기업 경쟁력이기 때문에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양쪽 다 무너지게 돼 있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부품·소재쪽의 품질은 사람이 좌우한다. 연구실의 기술개발 능력 못지 않게 작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정성과 손끝이 중요하다. 대-중소기업간 상생경영의 출발선을 대부분 ‘사람키우기’에서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경련이 지난해 10월 대기업 170곳을 상대로 상생협력 실태를 조사했더니, 인력양성과 교육부문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소기업 협력유형으로 꼽혔다. 제조업에선 응답기업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이 인력양성과 교육으로 상생협력을 실천한다고 답했다.

특히 상위 대기업일수록 협력업체 임직원들에 대한 전문직무교육과 경영노하우 전수·파급 노력이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 사이에 모두 300여개 협력업체 소속 임직원 2500여명을 대상으로 전문직무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내용은 품질 및 경영혁신기법인 6시그마를 비롯해, 삼성의 독특한 비용절감 공법인 ‘그룹벨류엔지니어링(GVA)’, 3차원 컴퓨터이용설계(CAD)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잡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하며 ”휴대전화 사업부문의 원가경쟁력 확보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에 대한 이런 직무교육의 성과”라고 전했다. 엘지전자도 자체 교육에 애로가 있는 협력업체들에게 구미와 창원공장 교육센터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생산혁신 교육을 비롯해 신입사원 연수, 전문기술 교육 등 협력업체 요구에 맞춰 수시로 교육과정을 마련한다고 엘지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울산 종합교육센터에 자동화기술 등 모두 40여개 전문기술교육과정을 마련해 1차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받고 있다. 첫해 1784명이던 수강생이 지난해에는 3925명으로 두배 이상 늘어 협력업체들의 높은 교육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이 과정을 2천여 2차 협력업체로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협력업체 엔지니어들을 파견받아 본사 연구인력들과 함께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스트 엔지니어제’도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80개 협력업체에서 350명의 게스트 엔지니어가 현대차에서 활동하고 있다. 거꾸로 경험 많은 자사 간부를 협력업체에 보내는 대기업도 있다. 엘지전자는 생산현장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중견엔지니어들을 선정해 협력사에 2년 동안 근무하는 제도를 지난해 도입해, 지금까지 6개사에 파견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도 활발하다. 케이티가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거래업체 임직원 직무향상훈련에는 인터넷통신훈련 수강생의 비중이 더 크다. 올해도 인터넷통신강좌로 컴퓨터정비사, 네트워크관리사 등의 교육과정을 개설해 4900명의 수강생을 받을 예정이다. 에스케이텔레콤도 경영, 마케팅, 회계 등의 360여개 직무관련 강좌를 제작해 협력업체 임직원들에게 지금까지 5천여회 무료교육을 실시했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집합교육에 따른 사업장의 업무공백 때문에 앞으로 온라인강좌 요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교육 내용과 교육방식 모두 협력업체 맞춤혐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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