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의 잉여현금 누적액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시이오(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500대 상장사 중 3년 비교가 가능한 265곳의 잉여현금흐름(FCF·개별 기준)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3분기 총누적액은 -2조5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수익(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세금과 영업비, 설비투자액(자본적 지출)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뜻한다.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과 배당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잉여현금흐름 누적액은 2021년 1∼3분기 56조6987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5782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5조1569억원이 줄어 마이너스가 됐다.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 누적액은 82조3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자본적 지출 누적액이 84조5818억원으로 7.4% 증가한 결과다.
조사 대상 265개 기업 중 153개사(57.7%)의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했으나,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작년 동기 대비 11조8238억원 줄어 -7조8785억원을 나타냈다. 에이치엠엠(HMM·-3480억원)은 지난해 보다 9조3973억원 감소했다. 3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규모가 1조원 이상인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14조3792억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4조4324억원), 엘지(LG)디스플레이(-3조5587억원) 등 12곳이다.
반면,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기아(7조2480억원)가 작년 동기 대비 76.4%, 현대자동차(6조269억원)는 546.9% 각각 증가해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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