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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또 코레일 힘빼기…철도 운영에 이어 유지·보수도 ‘경쟁체제’

등록 2023-12-14 18:00수정 2023-12-15 02:35

7일 경기 고양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경정비동에서 KTX 차량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코레일 제공
7일 경기 고양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경정비동에서 KTX 차량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코레일 제공

정부가 선로나 터널과 같은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에스알(SR) 등 새로운 철도 운영사들이 속속 생겨나는 만큼, 코레일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독점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정부는 코레일 독점 체제를 지워낸 자리를 어떤 기관들로 채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런 탓에 “철도 안전을 위한 원칙과 기준 없이 코레일 힘빼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철도안전 강화를 위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조속히 상정되도록 철도노조, 국회 등을 지속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언급한 철산법 개정안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야당 의원이 내놓은 법안이지만 국토부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이 법안은 발의된 지 1년 가까이 법안소위원회 상정도 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날 철산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로 에스알티 수서고속선(운영사 에스알), 진접선(운영사 서울교통공사), 지티엑스-에이(A)(운영사 에스지레일)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데도 코레일이 시설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구간이 계속 늘어나는 점을 강조했다. 운영사와 시설 유지보수 회사가 서로 다른 탓에 업무 일관성이 부족하고, 시스템 적기 개선이 어려우며, 사고 발생 때 책임 공방에 치중돼 문제 해결이 난항에 빠지는 등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코레일 직원이 위상배열 초음파 레일탐상장비로 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코레일 제공
코레일 직원이 위상배열 초음파 레일탐상장비로 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코레일 제공

그러나 국토부는 철산법 개정(독점 문구 삭제) 뒤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 구간의 유지보수를 어떤 기관에 맡길지에 대한 구상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 철도 민영화 우려를 제기하는 만큼 ‘유지보수를 공공기관에 위탁한다’는 조항을 법률에 명시하고, 시행령엔 ‘코레일 구간은 코레일이 유지보수하고, 그 외 구간은 해당 운영사 등이 유지보수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겠다”고만 이날 언급했다. ‘정부는 에스알에 에스알 구간 유지보수를 맡기고, 에스알은 민간기업에 외주를 주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가 시행령에 ‘등’ 한 글자를 삽입하려는 것은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사에서 떼어내 철도시설 건설을 담당하는 국가철도공단에 넘기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해당 업계의 시선이다. 유지보수 업무 이관의 목적이 ‘코레일 힘빼기’ 또는 ‘철도노조 힘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철도노조도 이날 낸 입장문에서 “코레일로부터 유지보수 업무를 분리하는 것만이 지상목표가 되어버린 국토부 현실이 안타깝다”며 “유지보수 업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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