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기온이 점차 올라가고 폭우·폭설이 잦은 국내 기후 변화가 이어지면 산업에서는 건설·부동산업이, 행정구역별로는 제주·경남의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또 기후 변화의 경제적 피해를 측정하면 온도 상승보다 강수량 증가의 부정적 영향이 국내에서는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이 18일 발표한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위험)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를 보면, 특정 지역의 연간 총 강수량이 한 단위(1m) 증가할 경우 성장률은 2.54% 떨어졌다. 기후 변화가 해당 지역의 연간 부가가치 생산이나 소득을 그만큼 감소시키는 영향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분석은 국내 기상 관측 자료에서 가져온 강수량과 기온의 변동 누적치 등을 활용해 기후 변화가 1인당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 성장률에 미친 영향을 추정한 것이다.
연 총강수량 증가에 따른 장기 추정 영향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의 성장률(-9.84%)이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고 석회석이나 규사 등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6.78%)과 금융·보험업(-3.62%) 등도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연평균 기온 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도소매업과 부동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강수량과 기온 변화의 산업별 영향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누적되는 상황을 가정해 국내 산업·지역별 실질 부가가치의 예상 증감도 추정했다. 각 행정구역에서 발표한 1985년 이후 2021년까지 기상 관측 자료와 함께 향후 연도별 예상 강수량과 평균 기온 변화분의 중간값을 적용한 추정이다. 이에 따르면 산업별로는 건설업(-4.9%)과 부동산업(-4.37%)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다. 건설업은 조업 중단이나 원자재 수급 차질 등 기상 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부동산업은 건축물 손실이나 거래 중단 또는 거래 당사자 간 탐색 기간 지연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산업 특성을 보여준다. 이어 섬유·의복·가죽제품 제조업(-2.53%),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1.76%), 금융·보험업(-1.13%)의 차례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별로는 제주(-3.35%)와 경남(-2.39%) 등 위도상 남쪽일수록, 또 단위 면적당 도시화 및 산업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전(-1.54%), 부산(-1.31%), 대구(-1.03%), 인천(-0.93%) 등이 기후 변화에 따른 누적 피해를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보고서의 추정치는 홍수, 가뭄, 산불 등에 따른 직접적 손실은 반영하지 않아 이를 고려할 경우 실제 경제적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국내 기후조건이 다변화하고 있어 지금까지 관측된 중간값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균기온과 총강수량 증가가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산업과 지역별 기후 변화의 영향과 취약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선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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