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들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관철동 일대 거리 모습. 연합뉴스
소비자물가지수 측정 때 쓰이는 품목별 가중치가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며 생겨난 소비패턴 변화 등을 고려해 개편됐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를 목적으로 한 지출의 가중치는 낮아졌고 음식 및 숙박, 교육, 교통, 오락 및 문화 등을 목적으로 한 지출의 가중치는 높아졌다. 개별 품목에서 가중치가 가장 높아진 것은 휘발유와 경유다. 개편 결과 올해 들어 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개편 전에 견줘 0.1%포인트 낮아졌다.
통계청은 19일 “소비자물가지수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가구의 최근 소비구조 변화를 반영해 지출 비중이 늘어난 품목의 가중치를 높이고 줄어든 품목의 가중치를 낮추는 개편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가중치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소비지출액에서 각 품목의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1000분비)을 뜻한다. 이번 개편의 경우 지난해 가계동향조사 358개 항목 소비지출액을 이용해 소비자물가지수 458개 품목의 가중치를 산출한 뒤 필요한 조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계청은 0, 2, 5, 7로 끝나는 연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개편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던 2020년 후 2년 만의 개편이다.
개편 결과를 지출목적별로 보면, 음식 및 숙박(131.3→144.7), 오락 및 문화(57.5→62.9), 교통(106.0→110.6), 교육(70.3→73.9), 의류 및 신발(48.6→49.6)의 가중치가 높아졌다. 반면에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154.5→142.0),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53.9→45.6), 보건(87.2→84.0), 통신(48.4→46.6), 주류 및 담배(16.5→15.8)는 감소했다. 2년 전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증가했던 보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등이 줄어들고, 2년 전 감소했던 교육, 의류 및 신발, 교통, 오락 및 문화 등이 다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개별 품목들 가운데 가중치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은 휘발유(20.8→24.1)와 경유(13.0→16.3)다. 둘 다 2년 전에 견줘 가중치가 3.3포인트 높아졌다. 이밖에 해외단체여행비(2.4→5.5), 전기동력차(2.9→5.1), 국제항공료(1.2→2.9), 쇠고기(외식)(6.6→8.3), 삼겹살(외식)(5.5→7.2) 등도 가중치 증가폭이 큰 편이었다. 반대로 다목적승용차(10.2→7.7), 사립대학교납입금(10.8→8.6), 대형승용차(4.9→3.2), 입원진료비(11.7→10.2) 등의 가중치는 크게 감소했다. 2022년 기준 가중치 1∼2위 품목은 전세(54.0→54.2)와 월세(44.3→44.9)로, 두 품목의 가중치는 상향 조정됐다. 가계 소비에서 전세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가중치 개편으로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누계비는 2020년 가중치 기준 3.7%에서 2022년 가중치 기준 3.6%로 0.1%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도 같은 기간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낮아졌다. 또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 상승률 역시 4.2%에서 4.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통계청은 오는 29일 발표하는 올해 12월 소비자물가동향부터 개편된 가중치를 적용해 공표한다. 2년 전 가중치를 적용해 공표된 2022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는 개편된 가중치를 소급 적용해 변경된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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