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완공 예정인 강원도 강릉주문진우체국의 모습. 등대 형상과 계단 등 장애물이 없는 진입로가 특징이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울었오 소리쳤오 이 가슴이 터지도록.” 1940년대 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사연을 품은 충북 제천백운우체국에는 ‘박달재 설화 벽화’, 파도를 타는 ‘서핑’의 성지 강원도 양양의 현남우체국에는 ‘서핑 형상 벽화’가 그려졌다. 부산송도우체국은 ‘해변 카페’ 형태로 변신했고 강릉주문진우체국(사진)은 등대를 품을 예정이다.
딱딱하고 획일적인 빨간 벽돌 건물이 대부분이었던 지역 우체국들이 변신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해온 노후우체국 재건축 계획에 따른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전국 노후우체국이 지역의 역사·문화·특산물 등 특색을 반영한 외관에 복지·창업 등 주민 편의시설을 반영한 상생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명물’로 재건축된 우체국들은 무엇보다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접근이 편리한 ‘장애물 없는(배리어 프리)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입구에 계단 등 다리가 불편한 이들의 진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없애고 휠체어도 편히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를 넓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새롭게 건립되는 모든 우체국에 장애·비장애인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BF : Barrier Free)’획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우체국과 재건축된 우체국의 비교. 지역 특성이 반영되고 입구의 계단이 사라졌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는 노후우체국 재건축 사업의 실효성을 위해 각 지역 특색을 면밀하게 조사해 올해 새롭게 건립되는 노후우체국 50개소 중 9개소에 지역 특색을 반영했다. 전남 고흥풍양우체국은 지역관광자원인 유자와 우주의 캐릭터인 ‘월이·흥이·락이’가 세워졌다. 사과 주산지인 강원 정선임계우체국에는 ‘사과모양’ 조형물을 설치했다.
각 지역에 필요한 주민 편의시설을 조사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우체국 안에 주민복지 공간도 마련됐다. 소상공인 창업·혁신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강릉주문진우체국에 ‘청년창업지원센터’가 들어설 예정이고 소외지역의 주민복지 향상을 위해 제천백운우체국에 ‘장애인·노인 돌봄시설’이 개소를 앞두고 있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노후우체국 재건축을 통해 우체국이 지역소생 및 상생 등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7년까지 400여 개 재건축을 목표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우체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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