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16위(시공능력평가 순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28일 워크아웃 신청은 부동산 위기발 건설사 구조조정의 시발점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올 한해 내내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계속 누적돼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세밑에 끝내 터지면서, 이번 워크아웃을 도화선으로 건설산업 전반은 물론 금융시스템 등 거시경제도 상당한 ‘태영발 영향권’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시행사·증권사 및 금융권 대주단 등 피에프에 지급보증 등으로 서로 얽힌 채 참여 중인 각 주체들이 워크아웃 방아쇠를 분기점으로 새해 초부터 만기 연장을 줄줄이 거부하거나 연체율 관리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건설 금융 채권회사들에 채권 신고 및 채권자 협의회 소집을 통보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주도로 빚 상환을 미뤄주고 구조조정과 채무 탕감, 기존 채무의 출자 전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첫 난관은 다음달 11일 열리는 채권자협의회의 워크아웃 개시 동의 여부다. 워크아웃 근거 법령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채권액의 4분의 3(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채권단 공동관리절차 개시 및 채권 유예가 가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 채권단이 수백곳에 달한다”며 “국내 금융회사가 거의 다 들어왔을 정도로 합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채권단 동의를 끌어낼 관건은 대주주의 “강도 높고 철저한 자구책”(금융위원회)이다. 태영건설 모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는 올해 1월 태영건설에 4천억원을 빌려주고 이달엔 태영인더스트리·평택싸이로 매각 대금 250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등 1조원 규모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3조7천억원대 피에프 우발채무 규모 탓에 추가자금 수혈이 필수적이다. 그룹 산하의 에스비에스(SBS) 지분 매각보다는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블루원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에스비에스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번 워크아웃이 에스비에스의 경영과 미래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일관되고 확고한 입장이다. 에스비에스 주식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태영건설은 과중한 피에프 보증으로 피에프 리스크가 시공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 사례다. 단순 차입금과 달리 피에프 보증채무는 태영건설의 지급보증 형태(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등)에 따라 피에프 참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지급 보증해준 주체가 취약해지면서 여러 피에프 사업장에서 내년 1월부터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의 피에프 사업장마다 돈을 빌려준 대주들이 이번 워크아웃을 계기로 연체율 관리에 더 고삐를 죄면서 다수의 브리지론 사업장이 자금난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종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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