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들썩이지만 내수 시장 찬바람은 여전하다. 수출 경기 호전이 올해 우리 경제를 끌어가겠으나 그 온기를 폭넓게 누리는 데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정부도 수출과 내수 시장의 온도 차를 줄이는 데 정책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5.1%(전년동월비) 증가한 576억6천만달러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우리 수출은 2022년 10월(-5.8%)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2개월만인 지난해 10월(5.0%) 플러스로 전환됐다. 그간 부진 원인도 현재 회복 이유도 모두 우리 수출액의 약 20%(장기 평균)를 차지하는 ‘반도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12.9% 늘어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엔 21.8% 급증했다.
이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감산 효과와 인공지능(IT) 서버용 반도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물량도 늘어서다. 외국인 투자자가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16조7340억원어치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건 반도체 업황 회복을 일찌감치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2년 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터다.
내수 시장은 여전히 차갑다.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불변지수)은 지난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1∼11월 누적 기준으로는 1.4% 줄었다. 이는 2003년(-3.1%) 이후 20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2022년 수출 부진을 상쇄하며 우리 경제를 끌어온 민간소비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셈이다. 내수의 또다른 축인 설비투자도 1~11월 누적 기준 전년 동기보다 5.4% 감소했다.
그 원인은 구조적인 탓에 이른 시일 내에 개선을 점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3%를 웃도는 고물가에다 정체한 가계·기업 소득 탓에 소비·투자 여력은 줄고 있어서다. 막대한 가계·기업 부채도 내수 개선의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나 가계 대출 연체율 상승세는 기업과 가계 부문 모두에서 소비·투자보다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민간소비와 총고정투자 증가폭이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이유로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 나홀로 강한 회복세를 타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높아질 전망이지만 내수 부진 탓에 체감 경기 회복에는 닿지 못할 공산이 크다. 특히 수출 개선도 반도체·대기업에 편중돼 있어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퍼지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예상된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수출 부문의 양호한 흐름이 투자 또는 소비 등 내수 쪽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정책당국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