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질문에 인간의 언어로 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어닥친 지난 한 해 동안 자체 인공지능 모델 개발이나 전략 구축에 몰입했던 국내 빅테크들이 새 해 들어 본격적인 ‘인공지능 확산’을 위한 지휘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체 개발 인공지능 모델의 안정성을 높이거나 회사 상품·서비스의 필요에 맞춰 잘 녹아들게 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목표로 인공지능 부문 임원급 직책을 신설하거나 인재를 전진배치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새 해 들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퓨처 에이아이 센터’(Future AI Center) 조직을 신설했다. 수장은 네이버 인공지능 전략을 이끌면서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에이아이-데이터(AI-Data) 분과위원장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벌여 ‘인공지능 전도사’로 불려온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에이아이(AI) 이노베이션센터장이 맡았다. 100명 규모로 꾸려지며, ‘인공지능 안정성’을 목표로 활동을 벌인다.
지난해 8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엑스(X)’를 발표하고 기업간거래(B2B) 시장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에게 인공지능 안정성은 계약 수주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퓨처 에이아이 센터는 하이퍼클로바엑스의 안전한 서비스 개발과 위험 관리를 통해 안전성이 강화된 초거대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하 센터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은 인공지능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 신질서가 만들어질 중요한 시간”이라며 “네이버는 물론 우리나라가 글로벌 인공지능 리더십을 갖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믿음’을 발표한 케이티(KT)는 이 기술 기반 서비스와 플랫폼 개발을 수행할 ‘에이아이테크랩’(AI Tech Lab)을 신설하고, 윤경아 상무를 영입했다. 윤 상무는 에스케이텔레콤과 현대카드를 거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전문가다. 배순민 상무가 이끄는 ‘에이아이투엑셀랩’(AI2XLab)이 전략 수립과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신설 조직은 ‘확산’을 담당하는 구조다. 앞서 케이티는 기술혁신부문장(CTO)을 신설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인 오승필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에이아이(AI) 컴퍼니 성과 가시화’를 목표로 지난해 말 기존 에이아이(AI) 사업부를 두개의 조직으로 나눠 강화했다. ‘글로벌·에이아이(AI) 테크 사업부’는 네이버 출신의 정석근 사업부장(CAGO)이, ‘에이아이(AI)서비스사업부’는 우아한형제들 출신의 김용훈 사업부장(CASO)이 지휘한다. 엘지유플러스(LGU+)도 지난 임원인사에서 전병기 에이아이(AI)·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을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포브스는 올해 대기업 사이에서 인공지능 전략을 주도할 책임자를 임명하는 것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지난해 말 전망했다. 포브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정부기관에도 400명 이상의 새로운 ‘최고 인공지능(AI) 전문가’가 고용될 것”이라며 “최고 인공지능 책임자를 지명하는 것은 기업이 인공지능에 대해 진지하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는 인기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