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유행하던 춤을 추는 동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올린 ㄱ씨는 해당 영상을 지우려고 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ㄱ씨가 계정을 만들 때 쓰던 핸드폰 번호가 바뀌어 비밀번호를 찾을 길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우개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시범운영 중이란 사실을 확인한 ㄱ씨는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고 나서야 결국 해당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삭제할 수 있었다.
ㄱ씨처럼 어릴 적 무심코 올린 개인정보와 사생활 자료가 포함된 온라인 게시물에 대해 삭제·가림 처리 등을 도와주는 ‘지우개 서비스’의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1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앞으로 지우개 서비스의 신청 연령을 ‘24살 이하’에서 ‘30살 미만’으로 확대하고,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온라인 게시물의 작성 시기도 ‘18살 미만’에서 ‘19살 미만’까지로 늘린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연령별 인구 통계(2022년 인구 총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서비스 이용 대상이 300만명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4월부터 개인정보보호위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사업’으로 지우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가 지난 8개월간 접수된 1만여건의 신청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은 신청인 연령은 15살, 14살, 16살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6~18살(고등학생)’이 전체의 34.8%, ‘15살 이하(중학생 등)’가 34.3%를 차지했다. ‘19~24세(성인)’도 30.9%에 달했다.
삭제 요청이 접수된 사이트별로 보면, 유튜브·틱톡 등에 올린 영상 게시물 삭제 요청이 주를 이뤘고, 그 밖에도 네이버(지식인·카페 등)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주요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게시물 삭제 요청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우개 서비스 지원 확대는 오는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개인정보 포털 누리집을 통해 보다 자세한 안내사항 및 신청이 가능하다.
양청삼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지우개 서비스는 온라인 게시물 삭제 지원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개인정보를 스스로 보호하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위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하여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