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 피시(PC)’ 출격을 위해 인텔 등 50여개 회사가 ‘인공지능 동맹’ 체제를 출범한 것처럼, ‘인공지능 휴대전화’ 출격도 혼자가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에서 연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선 삼성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공개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전략이 소개됐다. 구글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장착 스마트폰 최대 제조사 삼성전자의 ‘동맹 관계’가 도드라졌다.
포장을 뜯는다는 의미가 담긴 ‘언팩’은 신제품 공개 행사를 뜻하는 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가 세너제이의 대형 실내 경기장 에스에이피(SAP)센터에서 이날 오전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장은 바닥부터 상하좌우로 설치된 디스플레이와 조명으로 화려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공개된 갤럭시S24 시리즈는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인공지능 기능 사용이 가능해, ‘갤럭시 에이아이(AI)’라고 불렸다.
이날 삼성전자는 기기에 탑재돼 인터넷 연결 없이도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과 함께, 인터넷으로 클라우드에 연결돼 특정 인공지능 모델에 닿아야 작동하는 기능들을 대거 소개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노태문 삼성전자 엠엑스(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에이아이는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하이브리드 인공지능을 표방한다”고 말했다.
기기 자체에서 동작하는 실시간 통역 기능, 통화 내용을 13개 언어로 실시간 통역해주는 기능, 사진을 쉽게 조작하는 기능 등이 소개될 때마다 수백명이 모인 객석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인터넷에 연결돼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구글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기반으로 한다. 언팩 행사장에선 구글 플랫폼&에코시스템 사업부의 히로시 록하이머 수석 부사장과 존 베인 코닝 모바일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부사장도 무대에 올랐다. 구글은 삼성전자의 언팩 일정에 맞춰 공개한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 등을 시연 등을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스마트폰의 홈 버튼을 길게 누른 뒤 화면의 이미지나 단어 등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관련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인공지능’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나오는 ‘인공지능 휴대전화’에서는 이같이 구글 인공지능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기능을 볼 수 있다. 결국 이날 행사 주제는 ‘삼성의 갤럭시 인공지능’인 동시에 ‘안드로이드 진영의 인공지능 휴대전화 전략’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행사 막바지에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 링’도 깜짝 공개했다. 매튜 위긴스 삼성리서치아메리카 헬스솔루션랩장은 “삼성 헬스의 가능성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노태문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계보다 반지가 착용 부담감이 적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너제이/글·사진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