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장기 불황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투자증권은 24일 펴낸 ‘글로벌 제조업의 위기’ 보고서에서 “주요 선진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2010년 초 이후 사실상 최장 국면의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는 ‘위축 국면’(50이하)이 1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보다 선진국과 중국 제조업의 경기 부진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보고서는 고금리·고물가와 중국 효과,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을 제조업의 3대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동반 부진에 빠진 시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3분기부터다. 원자재 비용 상승과 금리 부담 등이 제조업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고 반등세 또한 제약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간 공급망 갈등과 전쟁 등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교역 사이클을 둔화시키면서 제조업 경기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대체국의 혜택을 받는 인도와 멕시코의 제조업 경기는 양호한 편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제조업의 부진은 미-중 갈등뿐 아니라 중국 내 수요 부진, 즉 내수 악화가 주된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 부진은 교역관계가 밀접한 독일과 한국 제조업에 빠르고 폭넓게 전이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제조업의 ‘과잉 생산’이 선진국 제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기차 등 중국의 승용차 생산이 대표적 사례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산업 전환이 또 다른 글로벌 생산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선진국과 다른 경쟁국 제조업 경기에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글로벌 수요의 구조적 변화도 있다. 내구재 등 상품 중심에서 서비스, 특히 디지털 서비스 수요와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제조업 경기에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현재 미국 경제와 증시를 대표하는 ‘매그니피센트7’(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의 7개 빅테크) 구성 기업 가운데 제조업 기반 기업은 애플과 테슬라 정도인데, 이들 역시 데이터 등 디지털 서비스 비중이 크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과거처럼 강한 회복 탄력을 보이기 힘든 구조적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글로벌 수요, 즉 교역 사이클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뚜렷한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반등 모멘텀이 제조업 경기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