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상장기업 실적 뜯어보니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2004년에 견줘 “더 팔고, 덜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늘었으나 수익성은 나빠진 것이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소속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각각 삼성전자와 벤처기업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상장사 실적 악화 주범은 삼성·엘지=4일 증권선물거래소·한국상장사협의회가 발표한 ‘2005 사업연도 12월 결산 상장사 실적 분석’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소속 534개 기업의 매출액은 631조8천억원으로 2004년에 견줘 3.9% 늘었으나 순이익은 47조4천억원으로 2.1% 줄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들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574조3천억원과 39조8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5.6%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포함된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76원을 남기는 데 그친 것으로 계산됐다. 2004년 97.4원에 견줘 크게 줄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매출액은 57조4576억원으로 전년보다 0.30%, 순이익은 7조6402억원으로 29.17% 줄었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에 따른 원가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10대 그룹은 매출액이 311조5천억원으로 4.99% 늘었으나 순이익은 23조2천억원으로 14.94% 급감했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매출액이 89조607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0.27% 줄었고, 순이익은 8조4639억원으로 29.39% 떨어졌다. 엘지그룹도 매출액이 50조7910억원으로 0.79% 늘었으나 순이익은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2조703억원을 기록했다. 두 그룹 모두 정보통신기술 관련 계열사의 부진이 컸다. 나머지 그룹들의 순이익 규모가 13.3% 늘었다. 금융업종은 부실자산 감소와 투자 유가증권 매각 등으로 호황을 누렸다. 매출액은 30조2천억원으로 10.2% 줄었으나, 순이익은 4조8천억원으로 453% 급증했다.
코스닥 실적 벤처기업이 끌어내려=코스닥시장 소속 831개 기업의 매출액은 61조6천억원으로 2004년에 견줘 5.0% 증가하고, 순이익은 1조4천억원으로 29.8% 감소했다. 이 가운데 벤처기업 384개사의 매출액은 2004년보다 15조3904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8.9% 늘었으나, 영업이익(8221억원)과 순이익(3529억원)이 각각 32.3%와 51.7% 떨어졌다. 벤처기업 실적 부진은 유행처럼 번졌던 우회상장 등을 통한 인수합병 탓에, 기업들의 잠재 부실이 재무제표에 대거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우회상장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엔터테인먼트 등 오락·문화 업종의 순이익이 64.6% 급감하는 등 실적이 매우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코스닥 일반기업 435개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와 1.7% 늘어나고, 순이익 감소율도 19.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홈쇼핑 등 통신·방송서비스 업종의 순이익은 202.9% 급증했다. 이밖에 벤처캐피털 11개사 모두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아시아나항공과 하나로텔레콤을 제외하면, 전체 코스닥 기업의 매출액은 5.2% 늘고, 순이익은 10.6% 감소에 그쳐, 이 두 기업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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