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SK 몰려
비상장 회사가 ‘거래’ 통로
비상장 회사가 ‘거래’ 통로
6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회사 이익을 가로채 총수 일가의 배를 채워준 편법 거래가 4대 재벌그룹에 몰려 있고, 상장기업보다는 비상장기업을 통해 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재벌일수록 경영권 대물림을 목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탈법수단을 동원해왔다는 증거다. 또 상장회사는 외부의 감시·견제가 작동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비상장회사들은 재벌을 규율하는 제도권 밖에서 폭넓게 ‘탈법의 자유’를 누려왔다는 것도 보여준다. 탈법 거래도 역시 삼성이 1등=삼성·현대차·엘지(지에스·엘에스 포함)·에스케이 등 4대 재벌은 10개사 중 4개꼴로 편법 거래가 드러났다. 삼성은 편법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미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게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헐값에 넘긴 게 위법 판결을 받았지만, 삼성전자·서울통신기술 등에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주식거래가 이뤄졌다.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는 검찰 수사의 초점이 된 글로비스와 본텍 등 계열사를 통해 회사기회 편취 수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엘지그룹은 200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이전에 엘지석유화학 등을 통해 부당주식거래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엘지에서 떨어져 나온 엘에스그룹에서도 1건의 회사기회 편취 행위가 발견됐다. 에스케이그룹의 에스케이씨앤씨 등은 회사기회 편취의 전형적 사례라고 참여연대는 설명했다. 비상장기업은 탈법의 주무대=재벌그룹들이 비상장기업을 이용해 편법 거래를 한 사례는 123개사에서 53건으로 43.1%에 이른다. 상장회사의 경우 조사대상 기업의 13.4%에서 편법 거래가 드러난 것에 비해 비율이 훨씬 높다. 4대 재벌의 편법 거래도 상장회사(12.1%)에서보다 비상장회사(79.2%)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그동안 상장회사에 초점을 맞춰온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참여연대의 분석이다. 재벌 총수들이 상장기업에 비해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상장회사를 편법적인 ‘재산 불리기와 넘겨주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일가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비상장회사와 계열 상장회사 사이의 편법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그만큼 상장회사가 손해를 보는데도, 해당 상장회사의 소액주주들이 비상장계열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가 현행 상법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군소재벌도 다르지 않아=군소재벌들도 거대재벌들의 편법 거래를 그대로 따라하거나, 일부는 새로운 방식까지 고안해 냈다. 농심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3건의 지원성 거래가 확인됐다. 농심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지분뿐 아니라 자회사의 지분까지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기형적 지주회사 체제에선 편법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케이씨씨그룹은 주력회사의 유망 사업부분을 떼어내 비상장회사에 넘기는 수법으로 회사기회를 편취했다. 하이트맥주도 사업 관련성이 밀접한 주류 수입사업을 지배주주가 100% 지분을 소유한 하이스코트에 넘겨 이익을 챙겼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아이디티에선 부당주식거래를 통해 회사 이익이 총수 일가에게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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