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는 가속화…“시설현대화사업효과 거두기 힘들어”
할인점 ‘떡’ 들어서니 재래시장 ‘악’ 쓰러져 전남 순천시 동외동 북부시장에서 양품점을 운영하는 반완룡(62)씨는 지난해 7월 인근에 이마트가 입점한 뒤 한달의 절반은 장사를 공치고 있다. 40~5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의류시장을 장악해버렸기 때문이다. 주변에 폐점한 가게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도 골칫거리다. 빈 점포를 빌려 ‘창고대방출’, ‘땡처리’ 따위의 간판을 내걸고 저가 의류나 화장품을 파는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반씨는 “이들은 3천~5천원 남짓한 중국산 물품을 팔다가 한두달 뒤 장사를 접는다”면서 “품질이나 고객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몰락을 부추긴다”고 하소연했다. 재래시장들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형 할인점의 추가 출점이 이뤄진 지역에서 상인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의 ‘2005년 재래시장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7월 3대 할인점 점포가 입점한 7개 중소도시 재래시장의 빈 점포 비율은 24%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3.2%의 두 배 수준이다. 해당 지역은 경기 부천·용인·양주, 경남 진해·통영·양산, 전남 순천 등이다. 빈 점포의 증가는 재래시장 전체의 침체를 불러오는 심각한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시장이 비어있다는 인상을 받아 발길을 끊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39개 시장의 하루 고객 수도 전년의 8만8900여명에서 8만3500여명으로 1년 사이 5400명(5.4%) 안팎이 줄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재래시장들은 점포 폐업과 업종 재편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의류, 잡화, 문구, 슈퍼마켓 업종 점포들이 대거 폐업하고 야채,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들끼리 경쟁이 심화됐다. 경기도 부천시 역곡남부시장에서 속옷가게를 하고 있는 남기태(41)씨는 “최근 시장 안에서 신발, 과일, 정육점, 화장품을 팔던 가게 4곳이 문을 닫았다”면서 “공산품 점포들은 홈플러스의 등장 탓에 폐업했고, 음식류 가게는 동일 업종 점포들의 증가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문을 닫은 경우”라고 말했다. 현재 영업 중인 전국의 재래시장은 모두 1660곳(2005년 11월 기준)이다. 점포수는 23만9천여개, 노점상을 포함한 시장상인 숫자는 39만6229명에 이른다. 이 중 730개 시장에서 수억~수십억원대 국비·지방비가 투입된 시설현대화 사업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지만 고객은 오히려 감소세다. 김종국 중소기업청 재래시장과장은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할인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어 재래시장 살리기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유통물류진흥원은 ‘2005년 중소유통업 발전을 위한 연구’를 통해 대형 할인점이 1개 들어설 때는 매출액의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2~3개일 때는 13%, 4개 이상일 경우엔 27%씩 주변 재래시장의 매출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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