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첫 발 디딘지 2년 SKT 가입자 0.03%만 이용
KTF 미적거리다 “7월 개시” 요금 비싸고 콘텐츠 부족 탓
KTF 미적거리다 “7월 개시” 요금 비싸고 콘텐츠 부족 탓
‘광대역’(WCDMA)폰, ‘고속’(HSDPA)폰, 와이브로폰 …. 3세대 이후 이동통신의 청사진은 화려하게 제시됐지만, 3세대 서비스가 시작된 지 2년여가 지나도록 체험해 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3세대 전환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탓이다. 다음달 선보일 3.5세대 서비스도 거북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으로 속병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12일 에스케이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인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 가입자가 3월 말 기준으로 1만5천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전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3834만2천여명 가운데 1만2천명으로 0.031%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세계 광대역폰 시장이 전체 휴대전화 9억4504만대 가운데 1억949만대로 10%를 웃도는 것과 비교해 봐도 3세대 전환 속도는 아주 느린 셈이다. 오는 5월 초 에스케이텔레콤이 3.5세대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이것 역시 공급자 주도의 일방적 서비스 추진이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2~2.5세대 서비스가 음성통화에 더해 문자메시지와 무선인터넷의 시대를 열었다면, 3세대와 3.5세대 서비스는 향상된 전송 속도로 ‘화상통화’와 멀티 콘텐츠의 시대를 제안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2.5세대에 머무는 소비자들이 당장 3~3.5세대 서비스에 지갑을 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광대역폰 가입자 누적 목표를 20만명으로 잡았지만, 연말 성적은 1만2천명으로 극히 미미했다”며 “고속폰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가입자 목표 30만명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목표치를 섣불리 공식화하기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케이티에프는 2년여 전 에스케이텔레콤과 함께 3세대 광대역 상용화의 깃발을 세웠지만, 실질적으로 일반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3.5 세대 고속 서비스는 6월 말~7월 초 개시 일정을 잡아놓았다. 엘지텔레콤도 올해 하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기식 3세대 서비스를 추진중이지만, 상용화 수준은 낮을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진화 속도를 콘텐츠가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다. 또 서비스 품질에 비해 높게 책정된 통신요금도 소비자 외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엘지텔레콤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고속도로를 닦아놔도 도로를 통해 달려올 콘텐츠가 미미한데 소비자들이 도로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며 “2.5세대에서도 모바일 누드집 등 성인물과 게임 이외에는 별다른 콘텐츠를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동통신 업계 연간 매출은 17조8천억원대이지만, 모바일 콘텐츠 시장 규모는 9100억원대에 불과하다. 3세대 핵심 서비스로 불렸던 화상통화도 완성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 이용률이 미미하다. 화상통화를 종량제로 쓸 경우 10초당 120원씩 10분에 7천원 이상을 내야 하며, 정액제는 한시적 행사 요금이 1시간40분~16시간40분에 1만~3만원이다. 모바일사용자연합의 박정석 사무국장은 “소비자 효용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알맹이 없는 차세대 서비스를 내놓는 게 통신산업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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