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인에도 정치권서 ‘소환 임박설’ 솔솔
로비 의혹 수사 다음주부터 속도 붙을 듯
로비 의혹 수사 다음주부터 속도 붙을 듯
‘김재록 리스트’는 과연 존재하는가.
김재록(46·구속)씨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리스트같은 것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김재록 리스트’의 존재를 둘러싼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스트가 있다고 믿는 쪽은 주로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이다. 이들은 2002년 6월 정아무개(구속) 스칼라스투자평가원장이 “신동아화재를 대한생명에서 떼내어 분리인수하도록 도와달라”며 김씨에게 1억5천만원을 주면서 로비 대상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의 명단도 함께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김씨의 정·관·금융계 리스트는 검찰이 이미 1월에 확보했다고 한다”며 “김씨의 로비 대상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씨를 기소할 때 검찰이 이 리스트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리스트의 존재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리스트 같은 것은 압수한 바 없고, ‘로비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진술도 전혀 나온 게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리스트를 확보했다면 수사는 다 끝난 셈”이라며 “자꾸 리스트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재록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가 정치권과 경제부처, 금융권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로비 의혹을 세밀하게 파고들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수사 단서가 되는 셈이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다음 주부터 김씨의 로비 대상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내사 단계에서 눈여겨봤던 현대차 사옥 증축 인허가 의혹이 현대차 비자금 사용처 수사와 김씨 로비 수사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 비자금의 사용처 수사는 김씨 로비와 연관될 수 있다”며 “김씨가 누군가에게서 돈을 받아 (로비용으로) 썼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액수가 파악되고 사용처 규명을 위한 수사단계로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김재록 리스트의 존재 여부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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