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 사람/18년째 도료 개발 케이씨씨 박창덕 팀장
자동차 색깔이 얼마나 선명한지를 따져 보는 세심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색깔을 선명하게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하이 테크놀로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실제로 국산차의 성능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색상은 미국·유럽 등의 수입차에 밀리는 게 현실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유럽차의 선명도가 90이라고 한다면 한국차의 선명도는 70 수준에 머물렀다.
㈜케이씨씨 중앙연구소의 자동차 도료개발팀 박창덕(46) 팀장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차량용 페인트 연구에 18년을 매달려온 사람이다. “자동차 색깔의 선명함은 페인트의 질과 도장 공정 설비가 좌우됩니다. 선진국 공장에서는 전처리부터 상도 공정까지 전 도장 공정을 로봇이 하죠.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이 참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선명도의 차이가 납니다.”
박 팀장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수성페인트였다. 기존 유성 페인트가 톨루엔 등의 유기용제를 쓰는 것과 달리 차량용 수성 페인트는 물을 사용하며, 유성 페인트보다 훨씬 더 선명한 색깔을 낸다. 유성 페인트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란 것도 장점이다.
그가 차량용 수성 페인트를 개발하기까지는 꼬박 11년이 걸렸다. 페인트 개발에 9년, 상용화에 2년이 걸린 것이다. 1993년 10명의 팀원들과 함께 수성 페인트 개발을 시작한 후 기본적인 자료 수집과 분석에만 3년이 걸렸다. 마침내 2002년 차량용 수성 페인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진짜 어려움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흔히 차량용 페인트 개발이 5라면 적용은 95라고 이야기 해요. 공장마다 도장 공정이 다른데다 페인트 종류에 따라 차체에 뿌리는 압력도 달라야 하니까요.”
실제로 도장 공정은 차량 색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1996년 듀폰이 국내 제품보다 좋은 페인트를 갖고 국내에 들어왔지만 도장 공정 적용에 실패해 철수한 적이 있었다. 또 수성 페인트를 사용하려면 오븐 라인을 따로 만들어 온풍을 이용해 건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와 습도입니다. 실험실에서 온도를 21~24도, 습도를 65~80%로 맞췄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니 습도가 90%까지 올라가더군요. 수용성 페인트가 그냥 흘러내려 버렸어요. 온습도 때문에 사계절의 시험 기간이 필요했죠.” 차량용 수성 페인트는 2004년 마침내 상용화에 성공했고, 색상의 선명도를 유럽차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수성 페인트로 만들어진 NF소나타와 TG그랜저가 당당하게 출시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자동차에 수성 페인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2007년부터는 자동차 면적 1㎡당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생을 40g 미만으로 낮추지 않으면 해당 자동차 수입을 금지할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박 팀장은 “아직 할일이 많다”고 말한다. “수입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간 환경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한단계 더 발전된 차량 페인트를 개발하는 일이 그에게는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