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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진로 하진홍 사장 “사람 믿으니 대화가 술술 풀려요”

등록 2006-04-18 18:44

진로 생산직 직원들 “말이 통한다” 평가
일본 출장때 식당서 밥먹다 즉석 판촉도
“하이트의 성공신화 참이슬로 이어갈 것”
하이트맥주 사장서 진로 사장된 하진홍씨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사장 취임식 때 직원들에게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여러분도 믿어주십시오. 열심히 대화하겠습니다’라고 했어요.”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대부분의 인수 합병 기업들이 초기에 겪는 노사갈등 없이 성공적인 합병의 길을 걷고 있다. 하이트맥주 생산담당 사장에서 진로로 말을 갈아탄 하진홍(57) 진로 사장은 순항하는 이유를 직원들이 자신을 믿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진로 인수기획단 단장으로 진로와 인연을 맺은 하 사장은 “회사 일을 풀어나갈 때 직원들과의 솔직한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며 “술이라는 우리 제품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이자 윤활유이기에 더욱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사장 취임식 날 회식에서도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그대로 드러났다. “저녁에 팀장급 이상 직원 90명과 회식을 하면서 잔을 반쯤 채워 일일이 잔을 주고받다 보니 소주를 5~6병 정도 마신 것 같아요. 회식이 끝난 뒤 뻗어버렸지만 직원들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 사장은 지난 72년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한 뒤 주로 연구·개발, 생산 부문에서 일해왔다. 그는 생산 현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답게 진로에 와서도 사원들로부터 ‘말이 통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이 지난해 진로를 인수한 뒤 하 사장을 새 ‘선장’으로 보낸 이유도 이런 평가와 맥이 닿아 있다. 각각 72년과 81년의 역사를 지닌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조직의 융합을 이뤄내는 데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 사장은 틈만 나면 음식점이나 술집에 들러 소비자 기호와 트렌드 변화를 꼼꼼히 살핀다. “과거 크라운맥주도 트렌드 변화를 읽지 못하고 원칙만 고집해 어려움을 겪었어요.” 소비자들이 단 음식에 길들여져 쓴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정통 맥주의 쓴 맛을 그대로 유지하다 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93년 출시된 ‘하이트’ 맥주는 당시 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 ‘천연암반수’ 컨셉으로 ‘하이트 신화’를 낳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2월 20.1도로 알코올도수를 낮춘 ‘참이슬’ 리뉴얼 제품을 내놓은 것도 순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소주의 트렌드가 순한 쪽으로 가더라도 정체성을 잃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알코올도수 21도에서 0.1도 단위로 도수를 낮춰가면서 성분 조합을 달리해 수많은 샘플을 만들었어요. 이 샘플로 5만명을 대상으로 300여회에 걸친 시제품 테스트를 해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소주 맛과 알코올도수를 20.1도에서 찾았습니다.”


하 사장은 순한 소주의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번 ‘참이슬’ 출시과정에서 있었던 두산과의 일화를 귀띔했다. 지난 1월 두산이 순한 소주 ‘처음처럼’의 알코올도수를 세무서에 20.5도로 신고했는데, 진로가 20.1도로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20도로 낮춰 신고했다는 것. 소주가 어디까지 순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19도선이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소탈한 성격의 하 사장은 기회가 생기면 직원들과 함께 즉석 판촉도 마다지 않는다. “며칠 전 일본에 출장 가서 일본지사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다 ‘식당 손님들에게 판촉을 하자’고 제안했죠. 5개 테이블을 돌면서 진로 사장이라고 인사를 하며 ‘참이슬’을 한 병씩 선물했는데 다들 ‘진로 소주’를 알고 있더군요.” 그는 “일본, 미국, 중국 3대 시장을 적극 공략해 현재 8%인 해외사업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하이트’의 성공 신화를 ‘참이슬’로 이어가는 데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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