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갈등, 나이지리아 뒤숭숭, 미 재고감소…“3중 악재”
투기자본까지 몰려…한국경제 큰 짐
투기자본까지 몰려…한국경제 큰 짐
최근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자꾸만 오르는 기름값이 점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17일(현지시각)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대 국제원유 값이 일제히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전일보다 0.51달러 오른 배럴당 70.29달러, 브렌트유도 1.09달러 오른 70.60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원유 수입값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64.71달러로 전일보다 1.78달러 올랐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말(53.49달러)에 견줘 석 달여 동안 21%(11.22달러)나 올랐다.
석유공사는 최근 유가상승 원인으로 △이란 핵문제에 따른 석유공급 차질 우려 △나이지리아 공급 차질 △미국 석유재고 감소 등 3중 악재를 들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어 당분간 유가 강세가 불가피하다”며 “악재가 다 겹치면 9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수급상황이 빡빡한 상황에서 온갖 악재에 투기자본까지 몰려 들고 있는 형국”이라며 “불안요인이 계속되면 60달러 후반, 이란문제가 실질적인 공급 차질을 불러온다면 8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각국이 상당한 수준의 비축유를 갖고 있어 1, 2차 오일쇼크만큼의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5.0%, 5.3%로 전망했다. 이때 연평균 유가를 54~55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유가 상승세에 따라 정부는 유가 전망치를 60달러로 높여 잡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를 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공식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4.8%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김철주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감소되지만, 내수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 반대로 0.2%포인트 정도의 상승요인도 함께 생겨 성장률은 애초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또 환율 하락이 유가상승분을 상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달러당 연평균 환율은 973.0원으로 지난해 평균(1024.1원)에 견줘 5.0% 하락(원화절상)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지금처럼 60달러를 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고민은 외부요인인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정책대안이 ‘에너지 절약’ 수준 이외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서비스업종 자율적 에너지절약 △에너지절약 국민실천운동 △공공부문 에너지절약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장기 대책으로 국외자원 개발과 산유국과의 자원협력 등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권태호 박현정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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