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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영 대물림 ‘일단 멈춤’

등록 2006-04-19 19:03

계열사 주식팔아 기아차 지분 늘릴수도
다른 비상장사 몰아주기는 ‘감시’ 의식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가 19일 주식 전량을 사회에 내놓기로 한 글로비스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구실을 해 온 곳이다. 정 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은 28.1%(1054만주), 정 사장은 31.9%(1195만주)로,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주식가격은 8천억원에 이른다. 이전갑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은 “주식을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기부 시점과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총수 일가가 경영권 대물림 과정에서 가장 큰 ‘실탄’으로 쓰일 뻔했던 글로비스 지분을 사회에 환원함에 따라 승계 작업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문제는 지금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회장의 뜻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을 뿐 사정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상황을 봐가며 또다른 실탄을 준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정의선 사장은 글로비스 지분 말고도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엠코(25.1%)와 오토에버시스템즈(20.1%), 위스코(57.9%), 이노션(40.0%) 등 비상장사 4곳이다. 이 가운데 건설사 엠코의 경우 장외시장에서 정 사장의 평가이익이 6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져 있다. 건설사 엠코도 물류회사 글로비스처럼 그룹 계열사의 물량 몰아주기로 초고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엠코가 상장될 경우 글로비스 상장 때처럼 정 사장이 또한번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 자금을 축적할 경우 거센 역풍에 휘말릴 수 있어 현대차 입장에서 선뜻 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 사장이 다른 계열사 주식을 팔아 기아차 지분을 계속 늘려가는 방법도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현대캐피탈로부터 기아차 주식 350만주(1.01%)를 매집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340만4500주(0.98%)를 사들여 현재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매입 자금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글로비스와 본텍의 지분을 팔아 마련했다. 정 사장이 기아차 지분 매집에 공을 들인 것은 경영권 확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지분 14.6%,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의 38.7%, 기아차가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의 18.2%를 보유하고 있는 순환 지배구조로 묶여 있다. 이들 3개사 가운데 한 회사의 지분만 다량 보유해도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정 회장 부자가 정면돌파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자식에게 보유 지분을 물려주고 증여세를 내는 것이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7.9%와 현대차 5.2%의 지분 가운데 한 곳을 처분해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분의 절반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면 그룹 지배력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은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로선 경영권 승계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글로비스 주식 팔면 1조원? 아니 8천억!

글로비스 주가는 19일 주식시장에서 3만5500원에 마감됐다. 전날 종가인 4만1750원에서 가격제한폭(15%)만큼인 6250원이나 급락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사재 출연 차원에서 내놓기로 한 글로비스 보유 지분은 모두 2250만주(지분율 60%)다. 출연 주식의 값을 정확하게 따지면 8천억원에 못미친다. 현대차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1조원대의 사재 출연’과는 2천억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하루 전인 17일 종가로 따지면 9394억원으로 엇비슷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사재 출연 액수도 급감한 셈이다. 나아가 글로비스의 주가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증시에 확산되고 있어, 현대차의 사재출연 발표 액수와 실제 출연 규모 사이의 간격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수 발빼면 더 떨어질듯

지난해 말 글로비스는 공모가 2만1300원에 신규 상장한 뒤 한달여 만인 1월4일 9만110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모가 대비 고공행진은 이어졌다. 이처럼 주가가 고평가된 가장 큰 배경은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몰아주기 영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서의 지분을 모두 내놓는다면 현대·기아차의 ‘몰아주기 영업’이라는 프리미엄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시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비스의 경우 정 사장이 주식가치를 올려 자금조달 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정 사장 부자가 지분을 내놓는다면 고평가를 받을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며 “그룹의 지원 요소가 축소된다는 점에서 볼 때 주가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기아차가 당장 거래물량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로서는 서서히 발을 뺄 것으로 볼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주가의 디스카운트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글로비스 출연 주식의 가치는 앞으로 주가 움직임에 따라 6천억~7천억원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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