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검찰 출두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8년만에 다시 “국민한테 죄송합니다”
아들 심문받은 1110호실서 조사받아
25일 새벽 1시9분께 조사 마치고 귀가
아들 심문받은 1110호실서 조사받아
25일 새벽 1시9분께 조사 마치고 귀가
정몽구(68) 현대차그룹 회장을 24일 소환한 검찰은 본격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 해왔다”며 정 회장이 이번 사건의 ‘몸통’임을 강조했다. “‘몸통’은 정 회장”=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자금 조성 등은 기업에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 해왔다면 비자금 조성이나 기업 관련 비리를 소상히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또 “정 회장이 조사를 잘 받고 있다”며 “본인이 다 알아서 하는 기업이라는데 정 회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챙겼다고 해야 모순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밝혀, 이미 비자금 조성 등을 직접 지시한 단서를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정 회장을 상대로 현대차 본사와 계열사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했는지 외에도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비자금의 사용처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비자금을 만든 글로비스의 이주은(61·구속) 사장도 사용처를 제대로 모를 만큼 정 회장이 비자금을 은밀하게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실무적인 일은 밑에서 다 했기 때문에 정 회장한테는 지시를 했는지, 보고를 받았는지를 주로 물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정 회장을 상대로 현대차 비자금이 2002년 대선 때 사용됐을 가능성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차는 한나라당 쪽에 전달한 100억원 중 20억원만 현대캐피탈에서 조성한 비자금이고 나머지 80억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돈이라고 주장했다. 점심은 설렁탕으로=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55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나온 정 회장은 “국민들께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정 회장이 소환된 것은 1978년 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대신해 서울지검 특수부에 구속된 지 28년 만의 일이다. 정 회장은 당시 한국도시개발공사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지은 현대아파트를 고위 공직자, 언론인 등에게 특혜분양한 사건으로 아버지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 회장은 나흘 전 아들 정의선 사장이 조사를 받은 1110호에서 조사를 받았다. 애초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이 조사를 받아 ‘브이아이피 룸’으로 불리는 1113호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방에는 압수물이 가득 차 있어 1110호실로 결정됐다. 이 조사실에는 소파와 화장실이 있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도 설치돼 있다. 정 회장에 대한 조사는 이 사건 주임검사인 최재경(44·사시 27회) 대검 중수1과장과 이동열(40·사시 32회) 검사가 맡았다. 채 기획관은 “변호인은 휴식시간이나 점심때 정 회장을 접견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점심때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비웠다고 검찰은 전했다.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여부 등 조사를 마친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25일 새벽 귀가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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