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자기 계발을 위한 강좌 백선 직장인의 숙명이라는 자기 계발. 그러나 새해가 되면 꼭두새벽에는 영어 강좌, 점심시간에는 컴퓨터 강좌, 저녁시간에는 자격증 프로그램을 신청해 놓고, 한 달 후에는 자학에 빠져드는 악순환은 이제 그만! 그렇지 않아도 늘 전전긍긍하며 사는 인생들이 굳이 돈까지 내면서 달음질쳐야 할 필요가 있냐구. 나한테 주어진 시간을 유용하게 쓰자는 의미에서 내게 꼭 필요한 강좌 하나씩만 들을래. 개성 있고 알차고 저렴한 강좌만 쏙쏙 골라 자기계발을 위한 장바구니에 담는 법.
현대 모비스 역삼동 사옥은 토요일이면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슬로바키아어처럼 학원에서 배우기는 쉽지 않지만, 업무에 꼭 필요한 어학 강좌를 듣는 사원들과 물류관리사 국제공인생산재고관리사(CPIM), 국제공인구매전문가(CPM) 등의 자격증 강좌를 준비하는 사원들이 모여 평일과는 또 다른 활기가 넘친다. 이 회사에서 지난해 주5일 근무를 도입하면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주5일 근무제를 시행했을 때 회사에서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것’을 묻자 70% 이상의 사원들이 ‘자기 계발을 위한 강좌’를 꼽았던 것. 회사에서는 부족한 전문 인력을 키울 수 있어서 좋고, 사원들은 자기 계발을 회사에서 배려해 준다는 점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단체 강좌 이처럼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는 부러운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자기 계발의 뜨거운 욕구’를 제대로 실현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먼저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는 문화 강좌와 전문 강좌를 둘러볼 만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강좌라면 꽃꽂이나 요리 정도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야 한다. 광진구의 경우 계절마다 200개 이상의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을 위해서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를 어학 학원보다 훨씬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야간 강좌가 열리고,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 대비와 재테크 등의 실용 강좌도 있으며, 재즈나 벨리, 스포츠 댄스처럼 직장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강 강좌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문화 강좌를 개발하면서 주부나 어린이에서 직장인으로 대상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원과 여성센터 강좌에서는 외국어 강좌에 직접 외국인 강사들을 모셔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강남구 여성센터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해 중국어와 일본어 강의를 수준에 맞게 꼼꼼히 편성해 두었으며 국제공인 MOS 마스터 과정 같은 자격증 과정도 열었다. 이런 강좌들을 3만~4만원에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센터의 장점. 그러면서도 시설은 사설기관 못지않다. 역시 저렴하고 다양한 강의로 이름이 높은 동부여성발전센터는 2천여평 이상의 건물에 강좌가 열리는 강의실뿐만 아니라 수영장, 헬스장, 도서관, 놀이방들이 갖추어져 있어서 웬만한 헬스센터가 부럽지 않다. 컴퓨터는 기본이고 비디오, 캠코더, DVD 같은 비싼 기자재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 수준 높은 디지털 강좌도 열린다. 덕분에 여성발전센터지만, 직장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 센터에서도 인기 높은 강좌들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정보화 강좌로 역시 직업 관련 강좌들이다. 문화해설사 과정을 이수하고 아예 직접 문화해설사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제 지역문화센터는 취미를 가꾸는 것, 그 이상의 일을 하기 시작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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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교육기관 강좌 지자체의 문화센터가 비즈니스에 주목하는 마당에 전문 교육기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직무상 꼭 필요한 전문 강좌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한국능률협회다. 능률협회에서는 올해도 리더십과 인사, HR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개인과 회사의 신청을 받고 있다. 이 과정은 짧은 기간에 팀이나 부서 전체가 함께 과정을 이수하면서 조직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팀워크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너무 형식적이거나 틀에 박힌 교육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을 한 사람은 전문 기관을 찾아나선다. 기업의 입장에서 언제나 고민인 재무관리의 경우에는, 한국국제금융연수원의 실무 과정을 추천할 만하다. 파생 상품 리스크관리 과정과 신용장과 무역 실무 과정 등 국내에 아직 전문 인력이 부재한 분야에 대해서 든든한 교사 역할을 하는 강좌들도 발견할 수 있다. 매일경제에서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는 마케팅에 대한 좋은 강좌들을 만날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전 전략을 함께 고민하며 글로벌 마케팅을 배우는 강좌들이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지만, 문제를 공유하고 안목을 넓히며 인맥을 쌓는 데 좋다. 한경아카데미에서는 주로 기업의 경영진들이 투자와 경영, 재무 문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강좌들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문화센터는 출판인들의 학교로 이름이 높다. 교정교열, 출판기획, 마케팅은 물론이고 일러스트레이션 과정과 북디자인 과정 등이 취업 지망생과 부족함을 느끼는 실무자들로 늘 북적인다. 백화점 강좌 1회에 50만원을 훌쩍 넘기는 전문 기관의 강의는 부담스럽고, 동네의 강좌로는 무언가 미진해서 고민한다면, 급성장하는 백화점 강좌는 어떨까? 롯데백화점에서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학교와 대인관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요가, 요리, 교양을 쌓는 인문 지식 위주의 취미생활 강좌도 풍성하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여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인형, 비즈 공예, 선물 포장, 유럽풍 꽃가게처럼 작은 창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들여다볼 만하다. 백화점 강좌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인기 강사’가 강좌를 맡기 때문에 최근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 남은주/ 자유기고가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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