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기업 분식회계·회계법인 부실감사
위기감 느낀 ‘회계사회’ 윤리기준 초안 마련
위기감 느낀 ‘회계사회’ 윤리기준 초안 마련
#1.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감사절차 소홀’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삼일이 감사를 진행한 회사의 대출채권 64억1700만원을 빼놓은 부실감사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증선위는 삼정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의 감사업무 1년 정지 조처라는 중징계를 재경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삼정이 186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코스닥법인 비이티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 2002년 코스닥법인 코오롱티엔에스가 당기순이익을 148억여원 부풀렸음에도, 감사를 맡은 안건회계법인은 긍정적인 회계의견을 내놨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화증권 등은 이 회사의 기업어음을 매입했다가 부도가 나자 안건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같은 회계법인 김윤회 전 대표는 대우자동차의 분식회계를 묵인해주고 거짓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말 국내 간판 벤처기업 터보테크에 이어 로커스, 올들어 오토윈테크, 씨앤씨엔터프라이즈 등도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났다.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서 수십억원을 받고 부실채무 탕감 로비에 나선 혐의로 구속됐다.
끊이지 않는 분식회계와 이를 방조한 부실감사 속에서 위기감을 느낀 공인회계사들이 27일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공인회계사 윤리기준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대우(1999년), 에스케이글로벌(2003년), 하이닉스반도체(2004) 등 대기업들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공인회계사의 신뢰가 무너지고 지난해엔 공인회계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됐다. 공인회계사들은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절치부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6월 윤리기준위원회를 꾸려, 8개월여의 작업 끝에 윤리기준 초안을 마련했다.
이번 초안은 국제회계사연맹의 국제윤리기준위원회가 지난해 6월 마련한 국제윤리기준 개정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기존 윤리기준과 다른 점은 △재무적 이해관계를 본인과 배우자에서 직계가족과 측근가족으로 넓혀 독립성 준수 범위를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경우 담당 회계사를 3년마다 교체하며 △주로 기업체나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개업공인회계사까지 규율하게 된 점 등이다. 5가지 윤리강령으로는 △성실 △공정 △전문가적 적격성과 정당한 주의 △비밀유지 △전문가적 품위를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상구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은 “윤리의 실천은 선언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필요하다”며 “회계법인에 윤리실천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5월 중순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시행하고, 실무시행세칙을 만드는 한편 윤리신고센터를 꾸려 운영할 계획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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