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어쩐지 새옷 같지 않더라

등록 2006-04-28 07:53수정 2006-04-28 08:00

이랜드, 재고품 제조연도 속여 팔아
600가지 넘어 부당이득 수백억 추정
대형 의류업체인 이랜드가 자사 일부 브랜드의 2003~2004년 재고품을 이른바 ‘태그(Tag)갈이’를 통해 각각 다음해 신제품으로 둔갑시켜 팔아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랜드는 지난해 말 내부 통제를 강화해 이런 눈속임판매를 중단했지만, 고객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그동안 챙긴 부당이득을 돌려주는 데는 소홀했다.

제조년도·계절 표시 조작=27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이랜드 등의 자료를 보면, 이랜드는 2003년과 2004년에 출시된 600여가지 의류의 재고품을 수거해, 수선공장 등에서 제품 안쪽 옆구리 부분에 있는 태그를 바꿔다는 방법(태그갈이)으로 각각 다음해 신제품으로 재출고했다. 예컨대 2003년 가을 신제품으로 만들어진 점퍼가 재고로 수거되면 태그의 표기사항 가운데 제조년도와 계절 등이 표시된 ‘스타일 넘버’란에 2004년 가을 신제품 번호가 적힌 종이테이프를 덧붙이는 방법(사진 참조)이다. ‘태그갈이’된 옷가지는 이랜드·브렌따노·언더우드·스코필드·헌트·쉐인 등 이랜드의 초기 브랜드 6종에서 모두 600가지를 넘어, 출시된 제품 수로는 수만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이전 재고품도 같은 방식으로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랜드처럼 중저가 브랜드 의류를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재고품은 할인판매 한 뒤 3년이 지나면 소각 또는 폐기하는 게 업계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통상 재고품의 경우 30~50% 싸게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랜드는 태그갈이 제품 한장 당 판매가의 30~50%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셈이다. 이랜드 자료를 보면, 2003년 겨울용으로 만들어진 브렌따노 점퍼 12만9천원짜리는 1612장이 태그갈이된 뒤 다음해 1321장(82%)가 팔려 5천만~8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제품 가격을 감안할 때 이랜드가 그동안 태그갈이로 거둬들인 수익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어정쩡한 보상 광고=이랜드는 태그갈이 제품 유통을 두고 2004년 중반부터 노동조합 등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9월 몇몇 일간신문에 보상 광고를 실었다. 하지만 광고 문구를 보면 ‘일부 의류제품에 제품표기상 하자가 있었음을…사과드리며…자발적인 보상을…진행합니다’라고 적어 정확한 실상을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4년 9월부터 11월 말까지 석달 동안 진행된 소비자 보상 행사에서는 단 1건의 피해사례만 접수됐다.

이랜드 쪽은 지난해 태그갈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해당 브랜드를 맡고 있는 이아무개 대표이사를 문책·해임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문제가 된 옷가지는 이랜드 50여개 브랜드 1만~2만종 가운데 극히 일부”라며 “내부통제가 강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어떤 브랜드에서도 태그갈이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태그갈이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있어 5월 중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상정될 것”이라며 “제재 수위는 공정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성곤 기자 c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