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전문기업 에스티엑스(STX)그룹이 1일로 창립 5년을 맞는다. 출범 당시 쌍용그룹 임원 출신 강덕수(56) 회장이 부도난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라는 말을 낳았던 에스티엑스는 그새 재계 20위권의 중견 그룹으로 올라섰다.
공격적 M&A로 수직계열화= 에스티엑스 그룹은 지난 5년간 △해운·물류 △조선·기계 △에너지 3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2001년 매출 3천억원에서 지난해 6조4천억원으로 5년만에 매출을 20배 이상 키웠다. 이런 급성장의 힘은 왕성한 인수합병이다. 재무통인 강 회장은 시장에 나온 매물(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을 인수하는 동시에, 조선 부품과 선박 관리, 건설 등 유관 회사(에스티엑스엔파코, 에스티엑스중공업, ㈜에스티엑스, 에스티엑스건설)를 설립하며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꾀했다. 그룹의 주력계열사는 세계 벌크 화물 수송 1위인 에스티엑스팬오션(옛 범양상선)으로, 에스티엑스는 금호 등 중견기업을 따돌리고 범양상선을 인수한 뒤 지난해 회사를 싱가포르 증시에 직상장해 주목받았다.
고유가에 ‘내실경영’ 표방= 올해에는 에스티엑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고유가와 환율급락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30일 임원 워크숍에서 “그룹 차원의 권역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과거의 비약적 성장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있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인천정유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좋은 업체가 나오면 계속 인수합병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해, 지속적인 외형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최근 강 회장은 20대인 두 딸에게 에스티엑스건설 지분 50%를 증여하고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로 지분가치를 상승시켜 참여연대로부터 ‘신흥재벌의 회사 기회편취’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 회장은 “5~6년 안에 전문경영인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며 세습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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