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상/메탈기어 솔리드·프린세스 메이커
누군가 가족은 공기와 같다고 표현했다. 있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그리운 존재다. 게임 속에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는 밀리터리 액션 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4명의 부자가 등장한다. 냉전시대 미국 중앙정보국은 세계 분쟁지역에 급파할 비밀요원을 생산하기 위해 '무서운 아이들'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최고의 첩보원인 빅보스의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탄생한 것이 스네이크 형제다. 이들은 아버지의 전투 유전자를 이어받아 철저한 인간병기로 키워진다. 하지만 단지 유전자만 공유한 스네이크 일가의 결말은 태생부터 ‘비극’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냉전시대 비정한 정치논리에 따라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동생이 형을 제거하는 비극적 운명을 맞게 된다. 게임은 정치와 이데올로기적 논리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는 한 가족의 단면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반면 피시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는 상반된 가족이 등장한다. 사용자가 아버지의 입장이 돼 딸을 키운다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퇴역 군인인 주인공은 요정이 전해준 여자아이를 맡아 키워야 한다.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려면 극진한 정성이 필요하다. 건강은 물론 교육과 인성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잘했을 때는 칭찬을,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 붓느냐에 따라 딸의 미래가 달라진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에 감동까지 느껴진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버지와 딸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과정을 유쾌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같은 유전자임에도 서로를 원수보다 더 증오하는 가족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핏줄보다 더욱 끈끈한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들. 무엇이 진짜 가족일까? 게임은 상반된 가족사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보여준다.
게임메카 이덕규 기자(www.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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