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10원의 하소연 “햇빛 좀 보게 해주오”

등록 2006-05-07 19:51

제조원가가 액면가 4배 40원 구리 등 재료가 비싸서라네요
한은도 골머리를 썩는다는데 저금통에서 꺼내 써주세요
저는 10원짜리 동전입니다. 한때 사람들은 누구나 저를 주머니안에 넣고 다녔습니다. 공중전화를 걸 때나 자동판매기를 사용할 때 꼭 필요했거든요. 시장에서 ‘콩나물값 10원’을 깎는 것이 알뜰살림의 대명사였지요. 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으로 줘도 받지 않고, 심지어 땅에 떨어져 있어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돈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저는 가슴아프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저를 우습게 보지 마세요. 제가 화폐로서 맡은 소임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오른 물가에 비해 제 가치가 너무 낮은 까닭도 있지만 실제 몸값이 얼굴값(액면가 10원)보다 훨씬 높아진 탓도 있습니다. 제 진짜 몸값이 얼마냐구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저의 제조원가는 10원보다 낮았습니다. 하지만 저를 만드는 재료인 구리·아연값이 최근에 급등하는 바람에 제조원가도 액면가보다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저는 구리와 아연을 65 대 35의 비율로 섞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구리값이 2004년 말 t당 3264달러에서 지난해 말 4542달러, 올해 3월에는 5438달러로 급등했습니다. 4월 말에는 7천달러를 넘어섰으니 1년여만에 두배 이상 뛴 셈입니다. 아연도 2004년 t당 1254달러선에서 4월말 3202달러로 3배 가량 폭등했습니다. 이 때문에 저의 제조원가는 지난해 말께 액면가인 10원을 넘어선 이래 약 1년여만에 액면가의 무려 네배인 40원을 넘었답니다. 제 진짜 몸값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자 일부 잡상인들이 제 소중한 몸을 녹여 장신구로 다시 만든 뒤 더 비싼 값에 사고파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니 저를 만들어내는 한국은행이 골치를 썩지 않을 수 없겠죠? 40원 이상을 들여 10원 짜리 동전 하나를 찍어내야 하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얼굴이기도 한 화폐를 녹여 길거리 장신구로 팔아치우는 ‘불경’까지 벌어지니 말입니다.

한은은 ‘10원 짜리 동전쓰기’ 캠페인도 벌이고, 내년께는 저의 제조원가를 줄이려고 크기도 줄이고 소재도 바꾸기로 하는 등 머리를 쥐어짜고 있답니다. 한은은 저를 이제 좀 그만 만들어내고 싶지만, 당장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인가 봅니다. 그야말로 제 신세가 ‘천덕꾸러기’가 됐습니다. 대형 할인점이나 은행 등에서는 아직도 저를 거스름돈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많던 제 형제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을 수가 있어야지요. 한은은 지금의 10원 짜리 주화를 처음 만들어낸 이래 20여년 동안 대략 58억개를 만들어 시중에 풀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매년 2억개는 만들고 있는데, 시중에 풀려나가기가 무섭게 숨어버린다는군요. 아마 여러분들의 장롱·책상 서랍 속에 처박혀 있거나 돼지저금통 속에 수북이 모셔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꺼내서 시중에 돌게 해주세요. ‘돈이란 돌고 돌아야 돈’이란 말도 있잖아요?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