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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배와 열애중이지만 시집도 갈 겁니다”

등록 2006-05-08 19:18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의 여성 현장기사 전장운전2과 정선희(왼쪽)씨와 해양도장2과 박민진씨가 8일 건조중인 배 위에서 설계도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의 여성 현장기사 전장운전2과 정선희(왼쪽)씨와 해양도장2과 박민진씨가 8일 건조중인 배 위에서 설계도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 험난한 조선소 현장 누비는 여걸들
아버지뻘 직원 관리·시운전 현장기사만 18명
유조선 40건 수주해 업계 첫 외국 주재원 진출

삼성중공업 해양도장2과 박민진(25)씨는 157㎝의 아담한 키에 대학 신입생 같은 앳된 얼굴의 부산 아가씨다. 하지만 박씨는 과거 ‘금녀의 지역’이던 조선소에서도 험하기로 손꼽히는 도장 분야의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하는 현장 감독기사다. 대학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1월 국내 조선소 도장 분야 첫 여성 대졸기사로 이곳에 발령을 받았다.

“아버지뻘의 무뚝뚝한 경상도 분들이라 처음에는 말도 못 걸 정도로 어려워하시더라구요.” 도장이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고 강조하는 박씨는 “사실 부모님들도 내가 삼성중공업에 다닌다는 사실만 알지 험한 도장 분야에서 현장기사 일을 한다는 것을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박씨의 입사 동기인 전장운전2과의 정선희(25)씨는 배의 각종 전기·전자 제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시운전해보는 여성 호선기사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정씨 역시 ‘여성과 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꾸준히 접했다. “해양대에서 항해를 전공했을 때부터 친척들이 시집갈 수 있겠냐고 말렸어요.” 하지만 3학년 때 항해 실습을 하며 접한 ‘큰 배’의 매력은 그를 결국 조선소로 이끌었다.

삼성중공업은 여직원 비율이 5% 이하인 ‘금녀의 산업’ 조선·중공업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2003년부터 신입 사원의 30%를 여성으로 뽑아왔다. ‘여성 인력을 적극 채용하라’는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여성 직원은 모두 279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설계·연구·지원·구매 등 사무직이다. 그렇지만 박씨나 정씨처럼 서너개의 작업반을 직접 지휘하는 여성 현장기사도 18명에 이른다. 최소 수천억원이 오가는 ‘영업의 꽃’ 외국 선박 영업에 근무하는 직원도 6명이나 된다.

최근 이 회사 해외영업 유조선팀 소속 박형윤 차장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조선업계 최초 외국 주재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근무를 시작했다. 박 차장은 2000년부터 선박수주 영업직에 근무하며 유럽과 중동 등 세계 선주사들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유조선 40건 수주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여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여성을 영업이나 현장 감독직에 처음 발령내기까지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조직 융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서부터 ‘그냥 어렵다’, ‘한창 때 결혼으로 떠나면 어떻게 하냐’까지 이유도 다양했다. 지금 현장의 일반적인 평은 “이들이 오면서 좀더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쪽이다. 이는 처음 발령받은 여성들이 남들보다 갑절 더 노력해 인식을 바꿔놓은 측면이 크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홍보팀 윤종덕 과장은 “선박 영업의 경우 보수적인 중동 해운사 관계자들이 동양계 여성 영업 담당자를 신기해하며 더 잘 기억해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며 “회사는 각종 복지제도로 여성 인력들이 결혼 뒤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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