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 ‘한국형 금융허브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에서 금융허브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로버츠 영국 서섹스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리처드 로버츠 캠브리지대 교수 “아일랜드 더블린과 룩셈부르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금융산업에서 사실상 무에서 유를 이룩했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한국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0일 열린정책연구원이 국회도서관에서 ‘한국형 금융허브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리처드 로버츠 캠브리지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 금융허브 전문가인 로버츠 교수는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이 금융허브로 성장하는 과정이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더블린은 인구 50만명 가운데 금융산업 종사자가 2만명이나 되고, 2006년 현재 450개의 국제 금융기관이 활동 중이다. 세계 50대 금융회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입주해 있다. 로버츠 교수는 “아일랜드는 1987년부터 국제금융센터 전략을 실천에 옮겨 급성장했다”며 “성공의 비결로는 낮은 세율과 저렴한 노동비용뿐만 아니라 풍부한 고숙련 노동력과 시장에 민감한 감독시스템,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 교수는 이어 한국의 금융허브 전략에 대해 △초기엔 도쿄, 홍콩 등지에 값싸게 거래지원 및 거래정산 서비스를 제공해 기초를 닦고 △국내 은행이 자산운용사들의 고정 고객이 되줘야 하며 △거래지원 서비스에서 금융상품 판매 및 유통으로, 그 다음으로 투자운용센터로 단계적으로 기능을 높여갈 것을 권했다. 그는 또 인적 자원과 관련해 “고도로 숙련된 투자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확보하는 일이 자산운용 산업발전의 열쇠가 되는 만큼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해서라도 투자 운용 기술을 발전시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수립한 동북아금융허브 전략을 통해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한 금융허브를 구축하기로 하고, 법제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구안 옹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CIO)은 “현재 국내에는 22명의 외국인 자산운용자들이 활동 중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인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선 국가적 차원에서 사고방식을 단기간의 이윤 추구가 아니라 저위험 저이윤의 ‘부의 창출’ 쪽에 목표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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