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치 조간신문들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을 일제히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61개 국가·지역 중 3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9위에서 9계단이나 떨어졌다. 그러나 원인분석은 신문마다 달랐다. 일부 신문은 “기업인들의 부정적 설문평가가 주 요인”이라고 전한 반면 다른 쪽은 “정부 비효율성이 순위하락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순위가 왜 떨어졌는지 살펴보자. 이번 조사는 △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구축 등 4개 항목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과에서 2계단 올랐다.(43-〉41위) 인프라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23-〉24위) 반면 정부효율성은 16계단(31-〉47위), 기업효율성은 15계단(30-〉45위)씩 거의 비슷하게 떨어졌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두가지 기준으로 정해진다. 경제성장률 등 객관적 통계지표가 125개, 기업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지표가 113개다. 우리나라는 통계지표에선 순위가 상승·유지된 항목이 71개로, 하락(54개) 항목보다 많다. 그런데 설문지표에선 하락(84개) 항목이 상승·유지(54개) 항목보다 월등히 많다. 수치로 나타난 경제실적들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기업인들의 부정적 평가가 순위하락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다.
순위가 많이 떨어진 부분을 보자. 정부효율성에선 환율안정성이 53계단, 공공재정 관리(설문)가 35계단, 보호주의(설문)가 20계단 떨어졌다. 기업효율성에선 회계감사 관행(설문), 이사회 경영감시기능(설문)이 각각 21계단, 20계단 떨어졌다. 결국 정부효율성 분야에선 환율불안, 재정관리, 반외자정서 인식이, 그리고 기업효율성 분야에선 회계부정, 제역할을 못하는 이사회 등 후진적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점수를 갉아먹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정부효율성 분야에선 반기업정서를, 기업효율성 분야에선 노사관계를 주요인으로 강조했다. 반기업정서는 설문항목에 아예 없다. 노사관계는 최하위이긴 하지만 순위하락이 1계단에 불과하다.
일부 언론이 기업효율성 하락은 외면하고, 정부효율성 하락 부분만 부각시킨 것은 정확한 보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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