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자식도 정씨가문”
정몽준 의원 ‘적통론’ 공격
정몽준 의원 ‘적통론’ 공격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시숙부에 이어 2년 만에 시동생과 또다시 경영권 다툼에 휘말린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현 회장은 11일 현대그룹 사내 통신망에 띄운 ‘사랑하는 현대그룹 임직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계절은 봄에서 여름을 재촉하는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하지만 지금 제게는 꽃들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고 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최근 소회를 전했다. 그는 “고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뒤로하고 현대호의 선장이 돼 어려움을 겪을 때 시삼촌인 정상영 케이씨씨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비수를 겨누었던 아픔을 겪어야 했다”며 “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특히 시동생인 정 의원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정치인의 신의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는 “정 의원은 정씨 직계 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뤄져야 된다고 하지만 이처럼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로 어떻게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겠느냐”며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의원이 말을 바꾸고 신의를 배신한 것처럼 언제든지 말을 바꾸고 검은 속내를 드러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회장은 “정 의원은 현대그룹 경영권 탈취 목적이 만천하에 알려지니까 정씨 적통 문제로 언론보도를 유도하고 있다”며 “저도 정씨 집안으로 시집와서 30년의 세월을 살았고 정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식 모두가 정몽헌 회장의 자식들이며 모두가 정씨”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는 정몽헌 전 회장이 남긴 거액의 부채를 상속받아 친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부채를 상환하느라 힘이 들었다”며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굳건히 현대그룹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쪽은 “현대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이므로 굳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