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 악재로 콜금리 동결…미 연준, 금리 5.0%로 인상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인 연 4%로 동결한다고 밝힌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내수 쪽은 애초 예상과 비슷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나 원유와 환율과 같은 외부환경이 예상을 벗어나고 있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쪽으로 여건이 바뀌었다”며 “구체적 전망치는 7월에 다시 나오겠으나 (하락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애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실물지표나 심리지표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 상당히 빨랐던 경기회복 속도가 올해 들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최근 4년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원화 절상 폭이 컸다는 점은 앞으로 주요 통화 간의 환율변동에 참고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환율 하락속도가 더 가팔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이날 유가 인상과 환율 하락을 감안해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연 4.0%)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콜금리는 지난 2월 연 3.75%에서 4.00%로 인상된 후 세달 연속 동결됐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실물경제는 건설투자의 증가가 미약하지만 수출이 견실한 신장세를 유지하고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와는 달리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 금리를 5.0%로 0.25%포인트 올려, 한-미의 금리 격차가 1.0%포인트로 벌어졌다. 2004년 6월 이후 16번째 잇따라 단행된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2001년 4월 이래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준비제도이사회는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지적했으나 경기 상황에 따라 잠시 금리 인상을 멈출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격차는 벌어지는데도 콜금리를 동결해 당분간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한은이 최근 몇 개월 동안 취해온 통화정책의 기본방향은 유효하다”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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