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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으로 가는길
금융강국으로 가는길
국내기업·교민 중심 영업 현지인 대상으로 확대해야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국내 시장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국외진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가 좁으니 바깥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먼저 자산운용사가 눈에 띈다. 외국 자산운용사에 국외투자를 맡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외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투자하는 자산운용사가 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2003~2004년에 세운 홍콩운용과 싱가포르운용을 통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12개국 주식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한테서 모은 자산으로 투자해 그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전략으로, 대부분 10%대의 좋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올해 안에 중국과 인도 등에도 현지 운용사를 설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의 격랑을 겪은 시중은행도 현지지점 개설을 통해 국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국외 점포(국외지점, 현지법인 및 사무소)는 1997년 말 257개에 이르렀으나, 외환위기로 반수 이상이 철수해야 했다. 하지만 2002년까지 이어지던 감소세는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한은행은 현재 9개 나라에 23개 점포를 열고 있는데, 올해 추가로 러시아와 인도 쪽에 현지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 13개의 지점 등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도 중국과 미국 서부지역에 점포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좀더 체계적인 진출을 위해 전략을 개발 중이다. 김장희 국민은행 연구소 소장은 “다음달 완성된 국제화 전략을 이사회에 보고하기 위해 막판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국외 진출의 전체 4단계 가운데 국내 금융산업의 수준은 현지 점포 구축의 1단계를 지나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 2단계 초기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의 국외 점포들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현지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3단계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4단계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건범 연구위원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만을 상대할 것이 아니라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현지화 전략을 세워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미래에셋 싱가포르운용 현지법인 사무실. 미래에셋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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