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도우 메릴린치 공동대표, 강정원 국민은행장, 전광우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 손성원 엘에이한미은행장, 장영우 유비에스증권 대표.
도약하라! 한국경제
금융강국 주춧돌 ‘맨파워’
금융강국 주춧돌 ‘맨파워’
“똑같은 인재인데, 이 사람이 한국계 금융회사에 입사하면 그저 그렇고 그런 은행원이 되고,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면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외국계 금융사 경험 쌓은 인재들 시중은행에 수혈
월가서 한국인 300~350명 활약…아시아서 3번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국내와 국외의 금융시스템을 두루 경험한 이들은 “금융허브의 성공은 결국 금융전문가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양성하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을 지낸 전광우 딜로이트 코리아 부회장은 “금융인력은 이론과 실무의 전문성뿐 아니라 영어구사 능력도 반드시 함께 갖춰야 한다”며 “이는 정부의 금융허브 구축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의 세계화 추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권에도 외국에서 국제금융 경험을 쌓은 다양한 인재들이 대거 수혈되고 있다. 관치와 인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들은 외국어 능력과 앞선 금융환경을 접해본 경험을 앞세워 국내 금융계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한국이 금융강국이 되려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계 경험이 도약의 발판
시중은행장들만 보더라도 김종열 하나은행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을 빼면 모두 외국계 금융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정원 국민은행장이다. 1979년 씨티은행 뉴욕 본사에 입사한 강 행장은 뱅커스트러스트 그룹 한국대표와 도이체방크 한국대표 등 외국은행 경력을 발판으로 국내 최대 은행장으로 입성했다. 은행의 임원들도 외국계 출신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외환위기 이전인 95년 국내 시중은행의 임원 206명 가운데 유학파는 6명(2.9%)뿐이었지만, 2005년엔 152명 중 42명(27.6%)으로 크게 늘었다.
외국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이를 이끄는 이들은 대부분 국제금융에서 실무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이다. 유비에스증권 서울지점의 아이비(IB) 분야 이재홍 대표는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업무를 시작해 제이피모건 홍콩지점을 거쳤다. 유비에스증권 주식 분야 장영우 대표는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을 거쳤다. 제이피모건 서울지점 임석정 대표는 피엔지 오하이오 본사에서 재무 분석가로 일하다가, 월스트리트로 옮겨 살로먼브러더스증권 뉴욕 본사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최형호 대표도 1990년 메릴린치 싱가포르에 입사한 뒤 1992년 서울지점이 생기면서 합류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들도 대부분 국외 경험을 쌓은 한국인들이다. 도이치(신용일 대표), 랜드마크(최홍 대표), 맥쿼리아이엠엠(이지형 대표), 슈로더(전길수 대표), 알리안츠(이원일 대표), 푸르덴셜(이창훈 대표), 피시에이(황성호 대표), 세이에셋(곽태선 대표) 등이 국내에서 활약 중이다.
월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은 300~350명 정도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중국 다음으로 많다. 이들의 활약은 국제적인 수준의 교육여건과 금융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보여준다.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을 지내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손성원(61)씨는 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05년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손씨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은행들한테 제의를 받은 적도 있지만, 한국에선 잘해야 임기가 2~3년밖에 안될 것 같아 응하지 않았다”고 답한 부분은 곱씹어 볼 만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김도우(41) 공동대표는 직위로 치면 뉴욕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한국인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싱가포르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85년 뉴욕 매뉴팩처러스 하노버 은행의 신용분석가로 월가에 첫발을 내디딘 뒤 94년 메릴린치에 합류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도이치자산운용의 존 리 전무도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9년 참여연대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벌일 때 참여연대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월가 진출 1세대 중 한명인 메릴린치의 손동원 부사장도 67년 시어손 해밀(현 살로먼 스미스바니)에 입사한 이후 지금껏 미국에서 활동 중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월가서 한국인 300~350명 활약…아시아서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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