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라! 한국경제
IT명성 이어갈 전략
IT명성 이어갈 전략
반도체 수입의존도 79%…국산화 비율 높여야
펜티엄 프로세서 같은 비메모리 분야 육성 과제 디램 1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1위, 엘시디 1위, 피디피 1위, 티브이 1위, 휴대전화 3위…. 지난해 세계 아이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록한 성적표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은 아이티 대표 과목에서 대개 3강 또는 4강에 진입해 있다. 시장 점유율만 앞서는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전략에 바탕한 브랜드 명성 또한 탄탄하다. 우리 아이티 업계는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중국·대만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걱정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건희 회장이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삼성전자가 앙드레 김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디자인 경영’이 가속화하는 것도 우리 업계가 오이엠·오디엠이나 싸구려 제품의 양산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티 산업의 구조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먼저 하드웨어 분야는 부품, 소재, 원천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우리 아이티 업계는 원천기술 또는 핵심부품을 사다가 발빠르게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냈지만, 이는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액이나 특허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로 이어진다. 한국 휴대전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미국 퀄컴사에 엄청난 기술료를 지급하는 일등고객이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2000~2005년 반도체, 평면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종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각각 78.8%, 67.7%, 66.8%, 50.9%에 이른다. 반도체 강국의 명성도 한 겹 들춰 보면, 구조적 불균형이 심각하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디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로 대표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는 2260억달러였지만 메모리 시장은 484억달러로 20%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 반도체 수출과 수입이 각각 300억달러, 251억달러로 막상막하인 것은 이런 구조에서 기인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의 균형잡힌 동반성장이 필수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또 ‘아이티 코리아’의 명성을 ‘유비쿼터스 코리아’로 이어가려면 솔루션과 디지털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후진성이 극복되어야 한다. 아이티 산업의 두번째 장을 열기 위해서는 카피본과 해적판이 난무하고, 영세업체들만 난립한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의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개별 기업들로서는 인도, 중국, 중남미 등 신흥 저가시장의 급부상에도 응전해야 한다. ‘저가시장의 돌풍’은 휴대전화 글로벌 경쟁사들의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한 변수로 등장했다. 휴대전화, 피시, 텔레비전으로 요약되는 ‘3대 아이티 기기’ 가운데, 텔레비전을 제외한 두 분야에서는 세계 평균가격의 급속한 하락이 진행 중이다. 휴대전화와 피시는 올해 대당 세계 평균가격이 6~11%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놓칠 경우 이후 고가 시장 전환 때 선점효과라는 넘기 힘든 장벽에 부딪칠 수 있다. 산업연구원 전자산업팀장인 주대영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 일부는 브랜드력은 물론 메모리 반도체 등 아이티 기기 주요 부품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강자 반열에 올라섰다”며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주도권이 있는 와이브로 같은 분야를 더 개발하고 뒤처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균형잡기’를 어려워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차세대 성장엔진은 디지털 콘텐츠 우리 아이티 산업의 스타들은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대부분 하드웨어 분야에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하이닉스 등이 무대 중앙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동안 솔루션·디지털 콘텐츠·컴퓨터 관련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산업 쪽은 상대적으로 한참 밀려 있다.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생산액이 20조원에 이르지만 관련 수출액이 5억3천만 달러(약 5300억원)로 비중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소프트웨어 발전을 향후 아이티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등 ‘유비쿼터스 코리아’의 차세대 스타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노 장관은 다음달까지 ‘아이티 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아홉 차례 여는데, 지난 3일 소프트웨어 업계와의 만남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정통부는 아이티 서비스 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환경 조성,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전략적 육성,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발전의 로드맵으로 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 아직 미흡 잠재력 커 대기업들도 시동 특히 온라인 게임, 음악, 영상물 등 디지털 콘텐츠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류’ 영향력이 확대돼 주목을 받고 있다. 디엠비, 와이브로 등을 통해 방송·통신의 융합과 유비쿼터스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면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정통부 아이티 통계 포털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 수출액은 모두 2억8343만달러로 2002년 8478만달러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 수출의 절반 이상은 디지털 콘텐츠의 활약이다. 이에 따라 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 등 통신 대기업들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해 눈길을 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달 들어 영화·드라마·게임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아이에이치큐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도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 동력을 눈여겨본 까닭이다. 정세라 기자
게임의 전사여, 세계를 공략하라
업계 양극화 극복이 과제
‘2010년 세계시장 점유율 10%, 3대 게임강국 부상.’
문화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10 게임산업 전략’에서 정한 국내 게임산업의 향후 목표다. 게임산업은 2003년 이후 10% 이상의 성장을 이룩하며 ‘수출역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4~2005년 5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해외수출 부분은 2004년 3억8769만달러, 2005년 5억8153만달러의 기록을 세웠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3.2%, 3.9%로 해마다 올라가고 있다.
게임산업은 그동안 한류 열풍을 타고 아시아권에서 좋은 성적을 일궜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8개국에 진출해 250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사진)도 싱가포르 등과 계약을 맺고 120만달러의 계약금에 160만달러의 인센티브 수입을 올렸다. 예당온라인은 인기 온라인댄스게임 ‘오디션’을 통해 동남아시장에서 온라인 댄스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라인 다각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길드워’를 내세워 미국, 유럽 등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엔씨인터랙티브’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웹젠 역시 북미와 유럽에 거점 파트너를 두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 뒤에는 아직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게임업체의 양극화와 수출 시장의 편중 현상이다. 국내 게임 제작·배급사 2079개 중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22개에 불과하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이려면 소수의 글로벌 기업과 일정 규모의 중간 그룹의 유기적 구조화가 필요하다. 또 제1의 시장인 중국시장에서의 국산 게임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북미와 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펜티엄 프로세서 같은 비메모리 분야 육성 과제 디램 1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1위, 엘시디 1위, 피디피 1위, 티브이 1위, 휴대전화 3위…. 지난해 세계 아이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록한 성적표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은 아이티 대표 과목에서 대개 3강 또는 4강에 진입해 있다. 시장 점유율만 앞서는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전략에 바탕한 브랜드 명성 또한 탄탄하다. 우리 아이티 업계는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중국·대만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걱정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건희 회장이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삼성전자가 앙드레 김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디자인 경영’이 가속화하는 것도 우리 업계가 오이엠·오디엠이나 싸구려 제품의 양산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티 산업의 구조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먼저 하드웨어 분야는 부품, 소재, 원천기술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우리 아이티 업계는 원천기술 또는 핵심부품을 사다가 발빠르게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냈지만, 이는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액이나 특허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로 이어진다. 한국 휴대전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미국 퀄컴사에 엄청난 기술료를 지급하는 일등고객이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2000~2005년 반도체, 평면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종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각각 78.8%, 67.7%, 66.8%, 50.9%에 이른다. 반도체 강국의 명성도 한 겹 들춰 보면, 구조적 불균형이 심각하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디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로 대표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는 2260억달러였지만 메모리 시장은 484억달러로 20%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 반도체 수출과 수입이 각각 300억달러, 251억달러로 막상막하인 것은 이런 구조에서 기인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의 균형잡힌 동반성장이 필수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또 ‘아이티 코리아’의 명성을 ‘유비쿼터스 코리아’로 이어가려면 솔루션과 디지털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후진성이 극복되어야 한다. 아이티 산업의 두번째 장을 열기 위해서는 카피본과 해적판이 난무하고, 영세업체들만 난립한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의 취약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개별 기업들로서는 인도, 중국, 중남미 등 신흥 저가시장의 급부상에도 응전해야 한다. ‘저가시장의 돌풍’은 휴대전화 글로벌 경쟁사들의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한 변수로 등장했다. 휴대전화, 피시, 텔레비전으로 요약되는 ‘3대 아이티 기기’ 가운데, 텔레비전을 제외한 두 분야에서는 세계 평균가격의 급속한 하락이 진행 중이다. 휴대전화와 피시는 올해 대당 세계 평균가격이 6~11%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놓칠 경우 이후 고가 시장 전환 때 선점효과라는 넘기 힘든 장벽에 부딪칠 수 있다. 산업연구원 전자산업팀장인 주대영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 일부는 브랜드력은 물론 메모리 반도체 등 아이티 기기 주요 부품을 자체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강자 반열에 올라섰다”며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주도권이 있는 와이브로 같은 분야를 더 개발하고 뒤처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균형잡기’를 어려워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차세대 성장엔진은 디지털 콘텐츠 우리 아이티 산업의 스타들은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대부분 하드웨어 분야에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하이닉스 등이 무대 중앙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동안 솔루션·디지털 콘텐츠·컴퓨터 관련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산업 쪽은 상대적으로 한참 밀려 있다.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생산액이 20조원에 이르지만 관련 수출액이 5억3천만 달러(약 5300억원)로 비중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소프트웨어 발전을 향후 아이티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등 ‘유비쿼터스 코리아’의 차세대 스타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노 장관은 다음달까지 ‘아이티 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아홉 차례 여는데, 지난 3일 소프트웨어 업계와의 만남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정통부는 아이티 서비스 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환경 조성,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전략적 육성,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발전의 로드맵으로 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 아직 미흡 잠재력 커 대기업들도 시동 특히 온라인 게임, 음악, 영상물 등 디지털 콘텐츠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류’ 영향력이 확대돼 주목을 받고 있다. 디엠비, 와이브로 등을 통해 방송·통신의 융합과 유비쿼터스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면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정통부 아이티 통계 포털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 수출액은 모두 2억8343만달러로 2002년 8478만달러에 비해 세 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 수출의 절반 이상은 디지털 콘텐츠의 활약이다. 이에 따라 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 등 통신 대기업들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해 눈길을 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달 들어 영화·드라마·게임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아이에이치큐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도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 동력을 눈여겨본 까닭이다. 정세라 기자
게임의 전사여, 세계를 공략하라
업계 양극화 극복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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